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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위, MBC 기상캐스터 노동자 인정, 부당해고 판정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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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리랜서 출연계약이다. 출연 프로그램은 당사자 협의로 정해졌다”

판정서 “계약서에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 제공 의무까지 정했다. ‘출연계약’ 명칭에도 불구하고, 계속적 노무 제공을 내용으로 했다”

M “원고 지적은 일평균 0.5건 수준이었다. 외부출연자도 원고 조율이 이뤄진다”

판 “근로자 원고에 ‘왜 컨펌 없이 일을 진행하느냐’ ‘보도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질책했다. 사용자의 확인·승인 절차가 존재했다”

M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를 도입함에 따라 출연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판 “기존 기상캐스터 업무가 현재 기상기후 전문가의 업무에 포함돼, 그 형태만 변경된 채 계속되고 있다. 상시·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MBC 기상캐스터로 일한 최아리씨가 MBC에 종속되고 편입돼 일했다고 밝혔다. 방송 방향과 원고 등 업무 내용부터 복장, 근무 시간·장소, 근태·휴가에 이르기까지 MBC 소속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일했다고 밝혔다.

지난 28~29일 양측에 송달된 서울지노위의 최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인용 판정문을 보면, 서울지노위는 54쪽에 걸쳐 대법원이 밝힌 노동자성 지표 8가지를 열거하면서 최씨의 노동자성 인정 이유를 해설했다.

대법원은 계약 형식을 떠나 당사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 관계’에서 회사에 노동을 제공했는지 살펴야 한다며 8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업무 내용을 정하는지 △근무 장소·시간을 정하는지 등을 비롯해 △근로제공이 계속적·전속적인지 △당사자가 독립 사업을 영위하는지 △보수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지 등이다.

기상팀장 “왜 팀장 결정을 안 듣나, 있을 수 없는 일” 최씨 종속성 조목조목 판시 “MBC 승인 구조, 복장도 지휘·감독”

서울지노위는 먼저 최씨가 MBC 기상팀장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고 일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뉴스데스크’ 기상예보 업무를 위해 방송 시작 전 출근한 뒤 기상청 등을 통해 확인·수집했고, 이 자료를 토대로 오후 4시경 제작회의가 진행됐다. 해당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따라 최씨가 원고와 CG를 작성했고, 이후 팀장 검토에 따라 수정이 이뤄졌다.

지노위는 이 과정에서 ‘팀장 결정과 팀 운영 방식, 보도국 방침을 따르라’는 상급자 질책을 한 사례로 들었다. 기상팀장이 2021년 12월9일 기상팀 단체대화방에서 최씨에게 “애초대로 하세요. 하시라고 이미 말한 것 같은데요. 왜 팀장 결정을 안 들으시나요. 바꾸세요. 제가 컨펌하지 않았는데 왜 또 그렇게 하셨나요. (중략) 왜 컨펌 없이 일을 진행하십니까. 보도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팀이 운영되는 방식이 있으니 따라주시길 정말 거듭 강조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낸 기록이다.

서울지노위는 “이 사건 근로자(최씨)가 자신의 판단만으로 원고를 확정해 방송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사용자(MBC)의 확인·승인을 거쳐야 방송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서울지노위에 따르면 기상캐스터들 복장에도 지휘·감독이 이뤄졌다. 판정문엔 팀장이 2018년 11월께 기상팀 단체방에 ‘짧은 치마, 몸에 붙는 옷 등 과한 피팅 금지’라고 밝히거나, “너희들은 MBC 기상캐스터다. 가슴골 보이는 의상 그런 거 입으면 안 된다”, “인스타에도 그런 거 올리지 말고, 유튜브고 뭐고 그런 식으론 안 된다” 등을 거듭 지시한 점을 예시로 들었다. 2018~2019년 출연계약서에 “을은 프로듀서 및 연출자가 지정하는 의류, 신발, 장신구 등을 착용해야 한다”고 적힌 점도 들었다.

취업규칙 없다? ‘계약서에 각종 의무 명시, 사후 관리·통제도’

서울지노위는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했다고도 밝혔다. 지노위는 “명칭상 ‘출연계약’이지만 그 내용이 단순히 방송에 출연해 일정한 결과물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히 당사자가 맺은 출연계약서에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 제공 의무까지 정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지노위는 취업규칙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도 형식보다 실질을 따졌다. 서울지노위는 계약서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방송국에 부정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 △방송국이 정한 촬영·녹화·편집 규칙 준수 △규제기관 가이드라인을 숙지해 업무할 의무 등이 적혔다며 “MBC 업무 수행 질서와 기준에 따라야 할 일정한 복무상 의무가 부과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기상캐스터가 MBC에 경위서를 제출한 점도 “방송사고 발생 시 출연자에게 사고 경위와 원인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로 제출하도록 한 것은 업무수행 사후 관리·통제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MBC는 기상캐스터 폐지 뒤 채용한 정규직 기상기후전문가의 업무 성격의 차이를 강조했지만, 서울지노위는 오히려 상시·지속성이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노위는 “물론 기상기후전문가는 위 업무 외에 기상정보 심층분석, 기상재난 방송시스템 구축 등 추가업무를 하므로 업무 범위와 책임에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존 기상캐스터 업무가 현재 기상기후 전문가의 업무에 포함돼 그 형태만 변경된 채 계속되고 있다. 최씨가 수행한 업무 역시 일시·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였다”고 밝혔다.

서울지노위는 근태와 휴가에서도 MBC의 구속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지각·결근·휴가 를 팀장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고, 최씨가 2025년 7~11월 약 4개월여 출산 휴무를 한 뒤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MBC 보고와 허락, 단체 공지를 거쳤다. 서울지노위는 “MBC의 승낙을 전제로 이뤄졌다”며 “단순한 방송품질 관리나 출연일정 조율을 넘어, 최씨 업무수행과 근태를 구체적으로 관리, 통제한 것”이라고 했다.

근무 시간과 장소도 MBC의 사정에 맞춰 사실상 정해졌다고 봤다. MBC는 기상캐스터 출근이 자유로웠고 사무 공간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밝혔으나, 서울지노위는 “편성·제작 일정에 따라 업무수행 시간과 장소는 사실상 특정될 수밖에 없었다”며 “최씨가 MBC의 방송 제작체계에 편입돼 업무를 수행했음을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했다.

서울지노위는 “최씨는 2018년 9월1일부터 2026년 2월7일까지 근로의 단절 없이 계속 일해왔고 ‘근로자성 판단 요건’에 대한 다수 판례의 법리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며 “MBC가 2026년 2월7일 최씨에게 한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서울지노위 판단은 방송국 기상캐스터에 대해 노동자성을 확인한 첫 판정이다.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를 거스르는 판단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고 오요안나 캐스터는 지난 2024년 9월15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호소하며 숨졌다. 이듬해 그의 죽음이 공론화된 뒤 노동부는 MBC 특별근로감독에 나섰지만, 그의 괴롭힘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MBC는 2025년 말로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및 정규직 기상기후 전문가 채용에 나서며 기존 캐스터들과 계약을 종료했다. 최씨는 해당 기상기후 전문가 공채에 응시했지만 최종 불합격했고, 이후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나섰다.

최씨를 대리한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노무사는 “이번 사건의 특징은 실제 방송 업무관계에서 나타나는 강한 위계조직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실질은 방송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달리 해석할 수 없음을 이번 판정이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MBC는 30일 이번 판정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난 29일 판정문을 송달 받았으며 재심 신청 여부는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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