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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형소법 시행, 경찰 수사권 확대 및 업무 과중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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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되면서 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한층 커졌다. 일부 중대범죄를 제외한 형사사건의 수사 개시부터 1차 종결까지 경찰이 맡게 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늘어난 수사 부담에 따른 사건 적체와 수사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이날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되며 경찰을 비롯해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타 수사기관으로 이관된다.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맡게 된다. 다만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에 대한 수사는 중수청이 수사하며 그 외 고위 공직자 범죄는 기존의 공수처가, 관세·조세·환경·노동 등 전문 분야 범죄는 각 행정 부처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수사를 담당한다.

고소·고발 절차에도 변화가 생긴다. 고소·고발장은 경찰서에 서면이나 구술로 접수해야 하며 중수청에는 부패·경제·마약 등 소관 범죄에 한해 접수할 수 있다. 공소청의 검사와 수사관은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더라도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

이번 개정에 따라 경찰 안팎에서는 기존 사건 처리에 더해 검찰로부터 넘어오는 사건까지 맡게 되면서 수사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수사 실무의 상당 부분을 경찰이 맡게 된 상황에서 사건이 단기간에 집중될 경우 수사 지연은 물론 수사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장기 미제 사건은 지난해 기준 463만건에 육박했다. 여기에 2021년 이후 4년 연속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채 미제로 등록된 사건도 매년 20만건을 웃돌면서 올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미제 사건이 누적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가운데 실제로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는 사건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검사가 수사 중인 일부 사건에 대해 최대 90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향후 이관 규모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송치 사건에 미비점이 발견될 경우 경찰이 검사의 요청에 따라 보완수사를 전담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사 업무 증가에 따른 일선 경찰관들의 수사 업무 기피 현상도 우려된다. 경찰은 늘어나는 업무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보강에 나섰다. 상반기에 수사관 1900여명을 증원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2100명을 추가로 일선 수사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다.
수사 권한이 한층 확대되는 만큼 이른바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021년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이 대부분의 범죄 수사를 담당하게 된 반면 확대된 권한을 견제할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번 개정으로 수사 현장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며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경찰청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룡 경찰’ 우려에 대해 “중대범죄수사청이 생기면서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는 오히려 줄었다”며 “경찰 외에 수사기관이 병렬적으로 늘어난 것인데 제도 자체가 가진 단점만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을 견제할 외부 기관이자 형사사법체계의 한 축인 중수청과 공소청이 아직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만큼 당분간 경찰에 수사 권한이 집중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대비해 내부 통제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순환인사제와 상피제를 도입하고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으로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하는 한편 수사 감찰 기능을 경찰청 인권감사관이 총괄하도록 체계를 개편했다. 다만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등 잇따른 부실 수사 논란 이후 급하게 마련된 대책인 만큼 실효성 있는 통제 장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은 전날 전국 지휘관 650여명을 소집하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현장에 안착할 때까지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경찰청에서 진행된 ‘전국 수사 지휘관 회의’를 통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더불어 ‘피해자 보호가 수사 제1원칙’이라는 수사 패러다임을 정립하겠다”며 “사건 마무리 순간까지 되묻는 질문은 피해자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중요 사건과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사건 처리 현황을 매일 점검하고 시도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가 이를 중첩 확인하는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김 직무대행의 설명이다.

한라대 경찰행정학과 이정덕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뜩이나 수사 부서가 기피 부서로 꼽히는 상황에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 사건 처리 지연뿐 아니라 부실 수사와 사건의 형식적 종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찰이 사건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수사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사 품질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수사관 개인에게 사건 처리를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팀 단위 공동 수사 체계로 전환해 업무 부담을 분산하는 등 업무 체계의 개선이 선행돼야 제도 개편의 취지를 현장에 안착시킬 수 있다”며 “수사 권한 확대에 발맞춰 국가수사본부·경찰·자치경찰 간 기능을 재조정하고 범죄 예방 전담 조직 신설을 검토하는 한편, 국민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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