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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조희대는 왜 ‘이재명’과 싸우나…그의 ‘딴마음’ 세 가지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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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이날 증인선서와 증언은 거부했지만 여권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는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조 대법원장은 “국회와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혀 향후에도 대법관 재제청 문제가 쉽게 해결될 여지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보장한 독립적 권한인 만큼 국회가 제청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강경 일변도 대응에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런저런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법부 독립을 위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라디오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에 빗대며 “서초동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름값을 올리는 중이라는 취지입니다. 지난 5일에도 같은 주장을 이어가며 국민의힘이 마땅한 후보가 없어 조 대법원장을 모셔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런 해석에 쓰이는 재료도 있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오랜 친분이 있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 영입설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정황일 뿐이고 조 대법원장이 정치 참여를 시사했다는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발단은 대법관 인선이었습니다. 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 4명을 추천한 것이 1월 21일인데 조 대법원장은 약 7개월간 제청을 미루다 8월 18일 청와대와 합의되지 않은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청했습니다.

청와대는 열흘 뒤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고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요청 문서에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이제 대법관 공석은 200일을 넘겼습니다.
그 후유증은 오늘(6일) 국감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제2의 윤석열을 꿈꾸시느냐”는 질문에 “모욕적이고 조금 서글픈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대법관 제청 문제가 이렇게까지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줄다리기와 기싸움으로 길게 이어진 전례가 없었습니다.

웬만하면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기 마련인데 이번처럼 긴 싸움의 꼬리를 남기는 데에는 뭔가 양측의 말 못한 속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보다 조 대법원장의 ‘저항’이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된 결정적 배경이라는 점에서 그의 ‘심중’에도 큰 관심이 쏠립니다.

여기서 조 대법원장의 최근 행보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각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대권 도전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시각입니다. 앞서 박지원 의원은 과거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검찰을 뛰쳐나간 뒤 정치에 입문한 전례를 들며 조 대법원장도 ‘윤석열의 길’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싸운 사법부의 수장이라고 해서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과의 충돌이 정치적 상징으로 바뀌고 이를 받아줄 정당과 조직이 생기고 기존 정치인을 밀어낼 정도의 대중적 지지가 결합해야 합니다. 윤석열은 애초에 이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홍준표 전 의원 외 이렇다 할 대권주자를 가지지 못한 국민의힘은 윤석열에게 끌려다니면서 대선후보 자리를 내준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내년 6월 퇴임하게 되면 그때 국민의힘 대권 지형은 어떻게 될까요. 한동훈 장동혁 등 기존 주자들이 보수층 대선후보로 더 자리를 잡을 때입니다. 조 대법원장으로서는 조직과 세력, 그리고 대중적 지지를 일거에 확보하지 못하면 이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할 때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경쟁을 했지만 대중성 등에 밀려 낙마한 바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도 정당 경험이 없고 독자적인 정치 조직도 없는 데다 대중적인 인기마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최재형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충돌하자 퇴임 후 국민의힘에 들어가 대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실제 대통령을 꿈꾸는지보다 어쩌면 이런 추측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 기묘한 성공 방정식 하나를 남겼습니다. 권력과 싸우는 고위공직자가 그 싸움으로 정치적 체급을 키우고 이를 발판으로 곧바로 대권에 도전하는 길입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전례가 생긴 뒤부터 고위공직자가 정부와 강하게 충돌하면 ‘혹시 다음 정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부터 하는 정치 문법이 생긴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선거에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지만 철저한 검증 기간도 없이 오로지 권력과 한판 붙었다는 걸 훈장 삼아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퇴행적입니다. 대법원장의 헌법적 판단마저 대선 출마를 위한 정치적 빌드업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현실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두 번째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맞서는 듯한 정치적 연출을 하는 것에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순수한 동기보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반감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정부 때는 대법관 제청 때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을 했는데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유독 대립각을 세운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사석에서 지인에게 ‘이 대통령을 가장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물론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조 대법원장의 논리 자체는 명확합니다.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제청권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행사한다면 사법부 독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자를 돌려보내고 다른 사람을 요구할 수 있다면 사실상 대통령이 대법관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대 정부에서 대법관 제청 전 대통령 측과의 협의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고 조 대법원장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대법관(마용주)을 제청한 전례가 있는 만큼 왜 이재명 정부에서는 기존 협의 관행을 깨고 서면 제청을 강행했는지는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6일 국감에서 대통령과의 협의가 헌법상 의무가 아니라 “원활한 임명을 위해 대법원장이 자진해서 협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과거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 게 아니라 협의는 헌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의 협의가 잘못된 관행이었다면 이제부터 그것을 끊겠다고 분명히 밝히면 됩니다. 단지 정권이 바뀌었을 뿐인데 같은 제청권을 행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면 그 이유 역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윤석열은 되고 이재명은 안 되는’ 이유를 상식적으로 밝혀야 하는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는 사실이 양쪽의 ‘차별 대우’를 낳은 원인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옵니다.

특히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파기환송하면서 이미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후 새 정부와 사법부의 충돌이 반복되면서 ‘원칙 때문인가, 사감 때문인가’라는 의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법관 제청권의 헌법적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법리의 영역인지, 감정의 영역인지 가려지지 않은 채 동기 추정이 앞서는 것 역시 한국 정치와 사법부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얼굴입니다.

세 번째 시각은 조금 다른 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이 실제 정치를 꿈꾸거나 이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자신에게 부여된 ‘정치적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이른바 ‘진보의 폭주를 막는 보수의 최후 보루’라는 역할을 말합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장이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적 선택보다 ‘사법 조직’의 기대와 요구에 부합해야 할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해석이 나올 만한 장면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6일 국감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불허한 여당에 강하게 항의하며 사실상 조 대법원장 보호에 나섰습니다. 의원석에서는 “독재정권 물러나라”는 항의까지 터져 나왔습니다.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어느새 대법관 제청권의 헌법적 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진보와 보수가 맞서는 정치적 최전선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을 넘어 보수 진영이 지켜야 할 상징적 인물처럼 소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 자신이 이런 정치적 상징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적어도 대법원장이라면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진보와 보수 어느 진영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중립성과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뒤 지금까지 계속 정권과 부딪히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자신도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정치적 난관에 봉착했다고 느낀다면 이 싸움은 이재명-조희대가 아니라 진보-보수의 대결로 확장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이 자신을 향한 보수층의 지지와 엄호가 반복되자 ‘내가 아니면 누가 이 권력을 견제하겠느냐’는 자기 확신이 강해진 것은 아닌지 의문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의 최근 강경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은 세 갈래입니다. 대통령과 싸워 정치적 체급을 키우려는 야심인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개인적 반감인가. 아니면 자신을 거대 진보 권력에 맞선 ‘보수의 수호자’로 여기는 자기도취인가.

어느 추측 하나 상식적인 게 없습니다. 정치적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조 대법원장이 유발한 사법부와 정치의 충돌은 그 자체로 국민의 재판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셋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고 어느 것도 현재 확인된 사실은 없습니다. 어쩌면 셋 다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말 그대로 오직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깊은 속’을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속마음은 감출 수 있어도 지나온 길은 감출 수 없습니다. 그가 정말 지키려 한 것이 사법부의 독립이었는지, 아니면 그 싸움 속에서 커져 버린 ‘조희대’ 자신이었는지는 결국 그가 남긴 선택들이 말해줄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의 다음 ‘정치적 행보’를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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