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 읽음
영종국제도시, 항공MRO·물류 중심 자족도시 성장
데일리안
인천국제공항을 기반으로 관광·레저와 물류 중심의 개발이 추진돼 왔지만, 이제는 공항 배후도시를 넘어 항공산업과 고부가가치 물류, 관광·MICE 산업이 결합된 자족도시로 성장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특히 최근 대한항공의 대규모 항공정비(MRO)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영종의 산업구조에도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종구, LH, 인천도시공사, 대한항공은 지난 달 30일 대한항공 항공정비(MRO) 클러스터 조성 및 상생을 위한 투자·입주 협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영종항공일반산업단지 I1-⑤·I1-⑥ 부지 5만692㎡에 15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0만1151㎡ 규모의 엔진 및 부품 정비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공사는 2029년 1월 시작해 203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천경제청은 2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하나의 입주를 넘어선다.
인천공항은 이미 항공 MRO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 내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샤프테크닉스K 등이 정비 격납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첨단복합항공단지도 단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첨단복합항공단지 내 첫 입주시설인 화물기 개조시설(P2F)이 준공돼 운영에 들어갔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항공 MRO 산업으로 본격 진출하는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세계적인 공항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종 개발은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관광·숙박·쇼핑 등 서비스산업과 주거 개발에 상대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는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뿐 아니라 공항과 연관된 기업과 전문인력이 영종에 자리 잡도록 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기 정비와 부품, 엔진, 화물기 개조, 항공물류, 관련 연구·교육기관 등이 집적되면 공항을 중심으로 기업 간 거래와 전문인력 수요가 발생하고, 이는 지역의 일자리와 소비, 주거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인천경제청도 영종 개발 방향으로 항공물류와 항공산업을 별도의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영종국제도시는 51.26㎢ 규모, 13개 단위개발사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인천경제청은 항공물류 허브와 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주요 개발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류 역시 영종의 핵심 성장동력이다.
인천공항 배후에는 항공물류 시설이 들어서고 있으며 영종 항공일반산업단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는 영종을 항공물류 중심도시로 육성하면서 단순 보관·운송 기능을 넘어 콜드체인 등 고부가가치 물류 유치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영종이 단순히 공항 주변에 물류창고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선식품과 의약품 등 시간과 온도 관리가 중요한 물류, 항공화물과 연계된 첨단 물류, 항공부품과 정비산업을 연결하는 물류 등 공항과 산업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산업 역시 영종의 기존 강점을 버릴 이유가 없다.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스파이어 등 대형 복합리조트가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는 개별 시설의 경쟁보다 이들을 영종 곳곳의 관광자원과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인천시는 영종을 복합리조트와 마리나, 관광·레저시설이 결합된 관광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왕산마리나와 한상드림아일랜드 등 주변 관광·레저시설을 연계하고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구상도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공항에 도착한 관광객이 영종에서 하루 또는 며칠을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방문하도록 만드는 체류형 관광도시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려면 복합리조트와 해양관광, 골프, 마리나, 쇼핑, 공연, 국제회의 등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
문제는 산업만 유치한다고 자족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이 들어오면 직원이 필요하고, 직원이 들어오면 주거와 교육, 의료, 문화시설이 필요하다.
결국 1·2회에서 지적한 영종의 교통과 의료, 교육, 생활 인프라 문제는 산업정책과도 연결된다.
대한항공의 MRO 클러스터가 2,0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전문인력이 지속적으로 영종에 유입된다면 이들이 실제 영종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유치와 정주환경 개선을 별개의 정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산업→일자리→인구→소비→생활인프라→추가 투자로 이어지는 하나의 도시 성장 구조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영종국제도시의 가장 큰 과제는 이제 새로운 청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영종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고, 복합리조트가 있으며, 항공물류 기반이 있고, MRO 클러스터가 구체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 자원들이 서로 연결돼 있느냐다.
미단시티의 장기 개발 지연처럼 대규모 사업 하나가 흔들릴 때 도시 전체의 개발동력이 약해지는 구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대형 앵커기업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항공사·정비업체·부품기업·물류기업·연구기관·교육기관이 서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한항공 MRO 클러스터는 이런 산업 생태계 구축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의 계획대로 2031년 시설이 준공되면 영종에서 엔진과 부품 정비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인천경제청은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연간 엔진 정비 규모가 현재 88대에서 502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런 전망이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협력업체 유치와 전문인력 양성, 지역 인재 채용, 관련 연구·교육기관 연계 등 후속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영종국제도시 개발은 이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03년 시작된 대규모 개발사업은 여전히 일부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인천경제청 자료상 영종은 13개 단위개발사업 가운데 5개가 완료되고 8개가 진행 중이며, 전체 사업기간은 2027년까지로 설정돼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영종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러나 개발의 외형적 성장과 주민이 체감하는 도시의 완성도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이제 영종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공항을 이용하는 도시에서 공항과 함께 성장하는 도시로, 관광객이 지나가는 도시에서 관광객이 머무는 도시로, 주거시설이 들어선 도시에서 기업과 사람이 함께 정착하는 자족도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계획의 숫자보다 실행 속도가 중요하다.
인천시 영종구 운서동 성모(56)씨는 “앞으로 미단시티의 미완성 사업을 정상화하고, 교통·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항공 MRO와 항공물류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영조가 활력을 찾을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종국제도시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개발사업을 벌이느냐가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공항·관광·물류·산업 자원을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해 하나의 도시 생태계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23년의 개발을 지나 이제 영종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청사진이 아니다.
계획을 실행하고, 산업을 일자리로 연결하고, 일자리를 정착으로 연결하는 ‘완성의 시간’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