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읽음
구광모 LG 회장, AI 로봇 신사업 상용화 박차
데일리임팩트
0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주요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스킵십을 확대하면서 인공지능(AI), 로봇, 데이터센터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가전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가전에서 축적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AI와 결합해 로봇과 AI 인프라 등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구 회장의 구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올해 들어 AI 분야 주요 기업 CEO들과 연이어 만나 로봇과 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전에서 축적한 제조·하드웨어 경쟁력을 글로벌 AI 기업의 기술과 결합해 로봇과 AI 인프라라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얼마나 빠르게 상용화하느냐가 LG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로 직접 날아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를 만났다. 팔란티어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업과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기업이다. 구 회장은 팔란티어가 제조·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한 사례를 공유받고 LG의 AI 전환(AX)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접점을 넓혔다. 구 회장은 디팍 파탁과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들과 만나 로봇 지능과 피지컬 AI 분야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스킬드AI는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수행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LG가 휴머노이드 로봇 'LG 클로이드'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로봇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이를 움직이는 AI 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는 올해 두 차례 만났다. 지난 6월에는 황 CEO가 방한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찾아 구 회장과 만났고 8월에는 구 회장이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직접 방문해 미래사업 전략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로보틱스와 AI 팩토리,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제품 개발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LG는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고도화된 추론과 제어를 위한 '젯슨 토르'와 로보틱스용 풀스택 통합 안전 시스템인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도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LG의 하드웨어·제조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소프트웨어 및 컴퓨팅 기술이 결합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LG는 로봇 자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생산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피지컬 AI 사업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협력 파트너는 엔비디아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구 회장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피지컬 AI, AI 전환(AX)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LG전자의 냉각솔루션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분야 협력 가능성도 논의했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AI 관련 사업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기존 주력사업인 가전사업의 성장 둔화가 눈앞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가전사업은 AI열풍과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HS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6446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4분기 17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실적이 다시 회복됐지만 올해 4분기에는 약 168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등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전사업의 성장 전망 자체도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가전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저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AI 가전 확산으로 고사양 부품 탑재가 늘어나는 동시에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커질 경우 가전사업의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전사업은 여전히 LG전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HS사업본부 매출은 약 14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29.5%를 차지했다. 가전사업이 여전히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이라는 의미다. 반대로 가전사업의 성장세가 꺾일 경우 전사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LG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로봇사업에 다양한 가전사업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은 LG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LG전자가 개발 중인 차세대 휴머노이드에는 LG전자 액추에이터와 LG이노텍 센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등 계열사 역량을 결합할 계획이다.

황준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가전 중심 제조업체에서 피지컬 AI와 AI 인프라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글로벌 B2B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AIDC, 로봇 사업과 같은 신사업의 성장 경로가 가시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