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읽음
전 축구 국대 보복운전 혐의, 증거 부족 무혐의
위키트리
0
전직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서울 도심에서 택시를 상대로 보복운전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과 검찰이 차량을 이용한 특수협박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8일 SBS 단독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마포구의 한 터널 주변에서 발생한 일이다. 당시 흰색 SUV가 터널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직진하던 택시가 먼저 지나간 뒤 갑자기 속도를 높여 택시를 추월하는 모습이 차량 블랙박스에 담겼다.

SUV는 택시 뒤에서 빠르게 접근한 뒤 터널 안에서 차로를 변경하며 앞질렀다. 해당 구간에는 추월을 금지하는 표지판도 설치돼 있었다.

택시 운전자는 당시 SUV가 굉음을 내며 2차로로 이동한 뒤 자신의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상향등을 켜는 등 경고했지만 위협적인 운전이 이어졌다고도 말했다.
문제의 운전은 터널을 빠져나갈 때까지 이어졌다. SUV는 차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한 채 차선을 걸치는 듯한 모습으로 주행했고, 지하차도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핸들을 순간적으로 틀기도 했다.

택시 운전자는 당시 상황에서 상당한 공포를 느꼈다고 호소했다.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높여 추월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차로를 변경하면서 자신의 차량 앞으로 들어왔다는 이유에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SUV 운전자를 특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운전자는 전직 축구 국가대표 A 씨였다.

경찰은 A 씨에게 차량을 이용한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수사했지만 지난 6월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불송치했다. 당시 운전 행위만으로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택시 운전자는 경찰 판단에 불복해 검찰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 역시 A 씨가 의도적으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점이 명백하지 않고, 해당 운전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기관의 판단과 달리 영상을 본 일부 교통·법률 전문가들은 운전 과정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 출신인 심준호 변호사는 SUV가 추월 과정에서 2차로로 빠진 뒤 다시 3차로로 들어온 점에 주목했다. 단순히 앞차를 추월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주행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택시 앞으로 진입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추월 과정에서는 앞차와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방향지시등을 켜는 등의 안전조치가 필요하지만 해당 영상에서는 이런 행동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문철 변호사 역시 영상을 보며 SUV가 택시가 먼저 지나간 뒤 갑자기 속도를 높여 추월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택시 운전자가 단순한 차로 변경이나 정상적인 추월이 아니라 자신을 겨냥한 위협 운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보복운전은 일반적인 교통법규 위반과는 구별된다. 다른 차량의 운전행위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상대방 차량의 진로를 막거나 급제동하는 등 위험한 운전행위를 해 상대방을 위협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법원에서도 차량을 이용한 급제동이나 반복적인 진로 방해가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인정되면 특수협박죄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차량 자체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운전이 위험하거나 불쾌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특수협박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실제 운전 행위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였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수사기관은 이 부분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SUV의 주행이 위험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과 별개로 A 씨가 택시 운전자를 위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운전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반면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의도는 단순히 한 장면만 볼 것이 아니라 앞차가 먼저 지나간 직후부터 이어진 차량의 속도와 차로 변경, 추월 방식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복운전 여부를 둘러싼 판단에서 고의성은 중요한 쟁점이다. 같은 차로 변경이나 급제동이라도 일반적인 교통 상황에서 발생한 행위인지, 앞선 차량의 운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거나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뤄진 행위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법원은 피해 차량을 추월한 뒤 고의로 급제동해 진로를 방해하거나, 차량을 바짝 붙여 충돌할 것처럼 위협한 행위 등을 특수협박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이번 사건은 보복운전 신고가 접수됐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험한 운전행위가 모두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보복운전 사건의 주요 증거로 활용되는 만큼 운전자의 행동이 단순한 실수인지 상대방을 겨냥한 행동인지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면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은 A 씨의 보복운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현재 확인된 수사 결과는 불송치와 불기소 처분이다. 반면 영상을 본 일부 전문가들은 차로 변경과 추월 방식 등을 근거로 고의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