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읽음
임신 전 HPV 백신 맞았더니…조산 위험 5%·초조산 15% 낮아
알파경제
0
Global Health Pick은 메디컬투데이와 아임닥터(IMDOCTOR)가 엄선한 의료인 및 의대생 자문기자단의 검토를 거쳐 제작되는 의료 콘텐츠입니다.

최신 의학 정보와 근거 중심의 검증 과정을 바탕으로 독자 여러분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를 제공합니다.

[mdtoday = 조민규 의학전문기자]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접종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 향후 임신에서 조산과 일부 주요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것과 연관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예테보리대, 살그렌스카대학병원 공동 연구팀은 임신 전 HPV 백신 접종 여부와 이후 임신·출산 합병증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he BMJ에 게재됐다.

HPV는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흔한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을 비롯해 항문암, 구인두암 등 여러 암과 관련돼 있다.

현재 HPV 백신은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돼 있으며, 청소년기에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에는 HPV 감염이 자궁경부의 염증이나 조직 변화뿐 아니라 임신 중 조산과 양막 조기파열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특히 HPV 감염으로 발생한 자궁경부 병변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행되는 일부 절제술은 이후 조산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진은 HPV 백신을 통해 감염과 자궁경부 병변을 예방하면 장기적으로 임신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을지 조사했다.

연구에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스웨덴에서 첫 출산을 경험한 16~35세 여성의 단태아 출산 자료 62만4713건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9만2620명, 약 15%는 임신 전에 4가 HPV 백신을 접종받았다.

연구진은 임신 37주 이전의 조산과 28~31주에 발생하는 매우 이른 조산, 자연 조산, 진통 전 양막 조기파열, 임신 주수에 비해 작은 신생아 출산, 사산 및 신생아 사망 등을 평가했다.

또 산모의 연령과 임신 시기, 흡연, 체질량지수(BMI), 기저질환, 보조생식술 여부, 소득과 교육수준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분석 결과 임신 전 HPV 백신을 접종한 여성은 미접종 여성과 비교해 주요 임신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특히 조산 가능성은 약 5%, 매우 이른 조산 가능성은 약 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조산과 진통 전 양막 조기파열, 출생체중이 임신 주수에 비해 매우 작은 신생아를 출산할 가능성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 연관성이 확인됐다.

반면 연구에서 평가한 모든 합병증이 개별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접종 연령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HPV 백신을 17세 이전에 접종한 여성에서는 임신 합병증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했다.

이는 HPV에 노출되기 전 어린 나이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과 자궁경부 병변을 예방하는 데 유리하다는 기존의 백신 접종 원칙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연구진은 HPV 감염이 임신 중 자궁경부와 생식기 조직의 염증에 영향을 미치거나, HPV 관련 자궁경부 병변의 치료 과정이 조산 위험을 높이는 등의 경로가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생물학적 기전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과정이 임신 합병증 감소에 기여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의미는 HPV 백신의 장기적인 이점이 암 예방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조산은 신생아 호흡곤란과 감염, 신경발달 문제 등 다양한 합병증과 관련될 수 있어 예방 가능한 위험요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HPV 백신의 조산 예방 효과가 향후 연구에서 확인된다면 백신 접종은 암 예방뿐 아니라 모자보건 측면에서도 추가적인 공중보건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가 등록자료를 활용한 관찰연구로, 백신 접종 여부를 무작위로 배정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따라서 HPV 백신을 접종한 여성과 접종하지 않은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건강관리 습관이나 의료서비스 이용, 사회경제적 특성 등 측정되지 않은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자연유산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으며 HPV 감염 예방이 실제로 어떤 경로를 통해 임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자세히 분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전국 단위의 대규모 자료와 장기간의 추적정보를 활용했고 추가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HPV 백신의 잠재적인 추가 이점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임신 전에 접종한 HPV 백신의 효과를 분석한 것으로, 임신 중 새롭게 HPV 백신을 접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HPV 백신은 임신 중 접종이 권장되지 않으며 임신 사실을 확인한 경우 남은 접종은 출산 이후로 미루도록 권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HPV 백신이 자궁경부암과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확립된 효과에 더해 향후 임신 합병증 감소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결과가 청소년기 정기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