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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뿌리는 진통제, 소아 급성통증 30분 만에 절반 이상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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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셰필드어린이병원의 샤미 람라칸(Shammi Ramlakhan) 박사 연구팀은 중등도에서 중증의 급성 통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어린이와 청소년 152명을 대상으로 수펜타닐과 케타민을 혼합한 비강분무제의 진통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응급의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소아 응급환자에게 신속하고 적절한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특히 골절이나 외상 등으로 심한 통증을 겪는 어린이는 정맥주사를 위한 혈관 확보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고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어린 환자에서는 혈관 확보가 어려워 진통제 투여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어 주사 없이 빠르게 작용하는 약물 전달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진이 평가한 약물은 강력한 오피오이드 진통제인 수펜타닐과 마취·진통 작용을 가진 케타민을 일정한 비율로 혼합한 비강분무제다.
수펜타닐은 뇌와 척수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 신호를 억제하며, 케타민은 주로 NMDA 수용체를 차단해 통증 전달을 감소시킨다.두 약물은 서로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복합 투여 시 신속한 진통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임상 2/3상 연구에는 1세 이상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152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비강분무제를 투여한 뒤 15분과 30분 시점의 통증 강도를 측정하고 약물의 안전성과 환자 수용성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약물 투여 15분 후 전체 환자의 54%에서 통증 점수가 10점 만점에 4점 이하로 감소했다. 30분 후에는 이 비율이 88%까지 증가했다.
통증이 처음보다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분석한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투여 30분 후 95.4%의 환자에서 통증 강도가 30% 이상 감소했으며, 86.2%에서는 통증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응급실에서 중등도 이상의 급성 통증을 겪는 소아 환자에게 비강분무 방식의 진통제가 비교적 빠르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환자와 보호자의 치료 만족도도 높았다. 전체 연령대에서 치료 만족도 중앙값은 5점 만점에 5점으로 나타났으며 치료에 대한 수용성은 92%였다.
연구진은 주사를 사용하지 않는 투여방식이 어린이와 보호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참가자의 49.7%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 이상사례를 보고했다. 치료 시작 후 발생한 이상사례는 46.5%에서 관찰됐으며 보고된 이상사례의 약 94%는 경증이었다.
연구에서 중증 이상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진정 정도 역시 전반적으로 낮았다. 연령대별 진정 점수 중앙값은 깨어 있고 명료한 상태 또는 최소한의 진정 상태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수펜타닐·케타민 복합 비강분무제가 소아 급성 통증 관리에서 신속한 진통 효과와 비교적 양호한 단기 내약성을 보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 복합제가 기존 진통제보다 우수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연구는 모든 참가자가 시험약을 투여받는 공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위약이나 기존 진통제와 직접 비교하지 않았다.
따라서 관찰된 통증 감소 가운데 수펜타닐과 케타민 각각의 기여도나 두 약물을 함께 사용했을 때의 추가적인 이득은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유럽의약품청(EMA)은 해당 복합 비강분무제인 ‘켐수(KemSu)’의 허가 심사에서 수펜타닐 단독 투여보다 복합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성인 대상 비교연구에서도 수펜타닐·케타민 복합제가 수펜타닐 단독요법보다 더 우수한 진통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EMA는 소아에서의 안전성 근거 부족과 함께 강력한 약물이 포함된 비강분무제의 반복 사용에 따른 과량투여 가능성, 남은 약물의 오남용 위험 등도 우려했다. 이에 따라 EMA는 해당 제품의 유럽 판매허가를 거부하도록 권고했다.
수펜타닐은 강력한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이므로 호흡억제와 과도한 진정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케타민 역시 의식과 지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복합제를 소아 환자에게 사용하려면 의료진의 적절한 감시와 응급대응 체계가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향후 기존 진통제와 직접 비교하는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복합제의 추가적인 진통 효과와 안전성을 명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소아 응급환자에서 비침습적 진통제 투여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실제 표준치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교임상시험과 충분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