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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스마트워치 찬 스토킹 피해자, 전 연인에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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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는 피해 여성의 전 연인이었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식 사건 접수로 이어지지 않아 접근금지 명령 같은 조치는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한 60대 남성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 38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앞 길거리에서 4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와 헤어진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0월 A씨를 스토킹 행위로 신고했다. 지난 5월에는 교제폭력과 관련해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당시 B씨에게 스마트워치 지급을 권유했다. B씨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신고 때는 피해자의 사건 접수 불원 등으로 정식 사건 접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A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 등의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B씨가 스마트워치를 받은 것은 지난달 16일이다. 경찰은 보복 폭력 피해 우려가 있다고 보고 B씨를 112신고 시스템상 안전조치 관리 대상으로 등록했다. 경찰은 "교제 폭력 사건 모니터링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재차 권유해 수락함에 따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첫 교제폭력 신고 이후 약 4개월 만이었다.
스마트워치는 위급 상황에서 긴급 버튼을 누르면 112 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는 장치다. 착용자의 실시간 위치정보도 경찰에 전달된다. 지급일부터 6개월간 쓸 수 있다. 보복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B씨는 사건 당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다. 하지만 A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를 흘리며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B씨는 지나가던 행인에게 발견됐다. 신고도 이 행인이 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범행 직후 달아난 A씨는 오전 5시 8분쯤 제주시 건입동의 한 길거리에서 긴급체포됐다. 범행 약 3시간 30분 만이다.
경찰은 과거 신고 이력과 처리 경위,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신고 시점과 당시 조치 내용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으며, 관련 신고 이력도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 내용을 정리해 별도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장면이 담긴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전 계획 여부도 조사한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일 오전 7시 17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는 30대 여성이 별거 중이던 30대 공무원 남편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여성은 지난해 3월부터 다섯 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했다. 남편과 떨어져 딸과 함께 광주로 이사한 뒤 경찰에서 스마트워치를 받았다. 지급 한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여성은 범행 당시 스마트워치로 긴급 신고를 했다. 그러나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는 어린 딸도 있었다. 경찰은 남편이 이혼소송 서류를 통해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낸 것으로 봤다. 남편은 범행 약 4시간 뒤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지난 3월 14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길거리에서 20대 여성이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의 흉기에 숨졌다. 두 사람은 사실혼 관계였다. 여성은 오전 8시 56분께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112에 신고했다. 그로부터 약 2분 뒤인 오전 8시 58분께 피습 신고가 접수됐다. 남성은 가정폭력처벌법상 긴급임시조치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로 피해자 100m 이내 접근과 연락이 금지된 상태였다. 여성은 사건 한 달 전쯤 자신의 차량에서 남성이 설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위치추적기를 발견해 고소하기도 했다. 남성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났다가 약 1시간 10분 뒤 경기 양평군에서 붙잡혔다.
지난해 6월 10일 새벽에는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50대 여성이 살해됐다. 가해자 윤정우는 가스배관을 타고 6층 피해자 집에 침입했다. 윤씨는 앞서 4월에도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했다가 체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윤씨는 범행 나흘 만인 6월 14일 세종시 조치원에서 붙잡혔다. 윤씨에게는 징역 40년이 선고됐다. 이 형은 지난 7월 16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