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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뮤즈와 오픈AI 닷, AI 에이전트 수익 모델과 책임 분석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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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메타가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미국에 내놓았다. 3주 뒤인 9월 29일, 오픈AI는 개발자 행사 데브데이에서 닷(Dot)을 공개했다. 에이전트인 만큼, 둘의 작동 방식은 유사한데, 클라우드에 독립된 환경을 띄워 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하며, 사용자가 화면을 닫아도 작업을 끝까지 이어간다.

마스코트도 둘 다 둥글둥글한 캐릭터다. 질문에 답하던 AI가 사람 대신 움직이는 AI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두 회사가 거의 같은 시점에 같은 범주의 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그런데 돈을 버는 방식 자체는 두 회사의 계산이 전혀 다르다.

뮤즈는 기본 사용이 무료이고, 메타는 거래에서 돈을 벌겠다고 한다. 닷은 월 구독료를 내는 상위 요금제 이용자에게만 주어진다. 단순히 가격 정책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에이전트 시대에는 그 무게가 다르다. 내 대신 물건을 고르고 돈을 쓰는 존재의 월급을 누가 주느냐는 질문은 결국 그 에이전트가 어디에 있는지, 즉 누구 편에 서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술, 다른 고객

뮤즈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했다. 아직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쓸 수 있는데 메일을 보내고, 여행을 예약하고, 요금 인하를 협상하고, 물건을 산다. 출시 직후부터 쇼핑이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 가운데 하나가 됐고, 메타는 9월 23일 연례 행사 커넥트에서 월마트,베스트바이,세포라,갭,웨이페어 등과의 제휴를 발표했다.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에서도 호출할 수 있고, AI 안경인 메타글래스 지원도 예정돼 있다. 무료 한도를 넘겨 많이 쓰는 사람을 위해 월 20달러와 100달러 요금제를 제공한다.

닷은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챗GPT 프로와 비즈니스 프리미엄 요금제에 첫 번째 닷이 추가 비용 없이 포함되고,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관리자가 승인하면 베타로 쓸 수 있다. 오픈AI가 든 예시도 소프트웨어 개발, 제품 출시 자료, 과학 연구, 영업 제안서인데 슬랙과 팀즈 안에서 부를 수 있고, 채널을 옮겨도 그동안 사용했던 맥락이 따라온다.

여기에 오픈AI는 회사가 직무를 정해주는 ‘스페셜리스트 닷’을 예고했다. 조직이 별도의 신원과 자격증명, 시스템 접근권을 주고, 무엇을 혼자 처리하고 무엇을 승인받을지 정하는 구조다.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이전트 관리 도구 ‘에이전트 365’에 연동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단순히보면, 뮤즈는 B2C, 닷은 B2B 로 보이지만, 메타도 9월 28일 기업용 플랫폼을, 9월 29일 소상공인용 뮤즈를 연달아 발표했다. 닷도 개인 요금제인 프로 이용자에게 열려 있다. 그래서 이 둘의 구분은 출발점과 무게중심의 차이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뮤즈는 B2C에 무게를, 닷은 B2B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왜 B2B가 먼저인가

에이전트 사업의 성패는 세 주체가 일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돈을 내는 사람, 쓰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다. 기업 안에서는 이 셋이 한 몸이다. 회사가 비용을 대고, 권한을 정하고, 사고가 나면 책임진다. 이미 직원에게 결재 한도와 시스템 권한을 나눠주는 체계가 있으니, 에이전트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권한을 쪼개 주고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소비자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첫째, 남의 가게 문 앞에서 막힌다. 아마존은 9월 뮤즈의 쇼핑을 차단했다. 에이전트임을 밝히지 않고 돌아다니며 고객 자격증명을 저장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이유로 아마존은 이미 퍼플렉시티와 소송중이다. 이 소송에서 한 달여 전 미국 항소법원이 쇼핑 에이전트에 내려진 금지명령을 뒤집었지만, 그래도 아마존은 뮤즈를 막았다.

아마존은 자체 쇼핑 에이전트를 키우고 있고, 지난해 광고로만 686억달러를 벌었다. 에이전트가 검색에서 결제로 곧장 건너뛰면 그 사이에 깔린 광고 지면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다. 즉, 소비자 에이전트는 기술보다 플랫폼의 이해관계라는 벽에 먼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둘째, 사적인 데이터의 위험이 크다. 뮤즈에는 출시 직후부터 사고가 잇따랐다. 미국 경제지 Inc.의 한 칼럼니스트는 메시지 접근을 거부했는데도 맥의 아이메시지(iMessage) 데이터베이스가 18만 행 넘게 동기화됐다고 폭로했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뮤즈는 알림 미리보기를 봤을 뿐이라고 둘러댔고, 메타 측도 그 설명이 지어낸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기업 환경이라면 도입 전에 보안 검토라는 관문을 한 번 더 거칠수 밖에 없다.

셋째, 원가다. 에이전트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쓴다. 벤처캐피털 a16z가 정리한 오픈라우터 데이터에 따르면 에이전트의 토큰 사용량은 사람 이용자의 5배에 가깝고, 올해 2월 이후 약 14배로 불어났다. 메타는 뮤즈 이용자에게 일주일에 약 1억 토큰을 무료 한도로 내준다. 이 보조금을 버티게 하는 것은 광고라는 현금 창구다. 기업은 에이전트가 줄여준 처리 시간과 인건비로 토큰 값을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같은 계산을 기대하기는 사실 어렵다.

시장 전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가트너는 2026년 말이면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40%에 과업형 AI 에이전트가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예측을 내놓은 2025년에는 5%도 되지 않았다. 2028년에는 B2B 구매의 90%, 15조달러 이상이 에이전트를 거쳐 오갈 것이라는 전망도 냈다. 단서가 붙는다. 검증 가능한 데이터와 표준화된 신뢰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B2B라고 쉽다는 뜻은 아니다. 가트너는 2027년 말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비용 증가, 불분명한 사업 가치, 위험 통제 부족으로 중단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그래도 B2B의 병목인 데이터와 시스템은 돈과 시간을 들이면 풀 수 있지만, 소비자 시장이 넘어야 할 신뢰는 돈으로 사기 어렵다.

공짜 추천은 없다

이 대목이 이번 경쟁의 핵심이다. 사람 비서는 월급 주는 사람에게 충성한다. 에이전트도 당연히 다르지 않다. 문제는 에이전트의 월급 명세서가 복잡하다는 데 있다.

뮤즈부터 보자. 저커버그는 많은 토큰을 무료로 풀고, 뮤즈가 대신 완료한 구매, 예약, 요금 협상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떼어 이익을 내겠다고 했다. 수수료를 내는 쪽은 사용자보다 거래에 관여한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요율도, 가맹점 조건도, 수수료가 추천과 어떻게 얽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토큰 경제로 보면 뮤즈는 토큰을 공짜로 깔고 거래에서 회수하는 모델이다. 서비스를 무료로 주고 다른 곳에서 돈을 버는 것은 메타가 20년 넘게 써온 비즈니스 모델이고, 회수 지점이 광고 지면에서 결제 단계로 옮겨갔을 뿐이다. 참고로, 메타는 올해 2분기 매출 608억달러 가운데 약 594억달러를 광고로 벌었다.

메타는 뮤즈 대화를 광고 시스템에 넘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쇼핑 같은 행동이 광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소비자가 의심하는 지점이 여기다. 이 에이전트가 고른 물건은 나에게 가장 좋은 물건인가, 메타에 가장 많이 남는 물건인가.

그렇다면 거래 수수료는 광고보다 위험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광고는 노출만으로 돈이 되지만 수수료는 거래가 성사돼야 생긴다. 에이전트가 일을 실제로 해내야 돈을 버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용자의 이해와 맞닿는 면이 있다. 모든 가맹점에 같은 요율을 매기고 이를 공개한다면 특정 가게로 기울 이유도 줄어든다.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를 받는다고 소비자의 가게 선택에 끼어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카드사는 소비자가 어느 가게에 갈지 고르지 않지만, 에이전트는 고른다. 성사에 보상이 걸려 있으니 “지금은 사지 않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할 유인도 약해진다. 고르는 존재가 수수료를 받는다면 요율이 같더라도 더 엄격한 중립 장치가 필요하다.

요율까지 달라지면 위험은 더 커진다. 수수료를 더 내는 가맹점을 앞에 세우면 이름만 바꾼 광고가 된다. 수수료 계약을 맺은 가게만 연결되면 비교 대상 자체가 줄어든다.

닷의 구조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돈을 내니 이해관계가 사용자와 가깝다. 하지만 이쪽도 깨끗하지만은 않다. 오픈AI는 앞으로 닷을 추가하거나 속도와 월간 작업량을 늘리는 데 돈을 받겠다고 했다. 작업량이 곧 매출인 구조다. 맡긴 일이 없을 때 스스로 할 일을 찾는 선제적 리서치처럼, 사용자가 요청하지 않은 일에도 연산은 돌아간다. 첫 달 이후 이용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종량형 에이전트의 위험은 필요 이상으로 일하는 데 있다. 정액제가 종량제로 넘어가는 지금의 과도기에, 사용자는 가치 없는 토큰에 자기도 모르게 돈을 낼 수 있다.

오픈AI 자신도 수수료 모델을 시험했다가 물러섰다. 올해 1월 말부터 챗GPT 안에서 결제까지 끝내는 인스턴트 체크아웃에 4% 수수료를 받았지만, 3월에 이를 접고 판매자 사이트로 넘기는 방식으로 바꿨다. 재고, 배송, 가격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낡은 경우가 잦았고, 월마트의 대니얼 대커 부사장은 챗GPT 안에서 끝낸 결제의 전환율이 월마트 사이트로 넘어가 결제한 경우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에이전트가 가격과 사양을 제대로 비교해 결제까지 마칠 수 있느냐는 질문부터 아직 의문부호가 남아있는 것이다.

2월부터는 챗GPT에 광고도 붙였다. 두 회사 모두 광고와 수수료, 구독 사이를 오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수익모델의 이름만으로 에이전트가 누구 편인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요율이 모든 판매자에게 같고 공개돼 있는가. 추천의 근거가 된 가격, 사양, 대안이 기록으로 남아 사용자가 볼 수 있는가. 에이전트가 “사지 마라”, “다른 곳이 더 싸다”고 말할 수 있는가.

메타의 약점은 수익모델보다 이력에 있다. 사용자의 관심을 광고로 바꿔온 회사가 이번엔 다르다고 주장하려면 약속보다 구조로 증명해야 한다. 거래 수수료가 광고 경매로 변하는 순간, 뮤즈는 소비자의 대리인에서 판매자의 영업사원으로 바뀐다. 신뢰를 얻는 데는 고객이 직접 돈을 내는 구조가 더 유리하다. 다만 그 가치는 성공한 과업 단위로 매겨야 할 것이다.

대리인인가, 도구인가

신뢰 다음은 책임이다. 한 사용자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 키보드를 매물로 올렸는데, 뮤즈가 승인 없이 구매자와 흥정하고 집 주소를 알려준 뒤 만날 약속까지 잡았다며 대화 화면을 공개했다. 메타는 사용자 승인 없이는 게시·발송·구매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 이 거래에서 손해가 생겼다면 누가 책임지는가.

미국 법원은 일단 에이전트를 사용자의 도구로 보는 쪽에 섰다. 아마존이 퍼플렉시티의 AI 브라우저 '코멧'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사용자의 허락은 있어도 아마존의 허락은 없는 접근이라며 3월에 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올해 8월 연방 제9순회 항소법원은 아마존 컴퓨터에 접근한 주체는 사용자이고 에이전트는 그 일을 돕는 수단이라고 보고 금지명령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이 판단을 컴퓨터사기남용방지법(CFAA)상 ‘접근’ 개념에 한정했고, 에이전틱 AI 전반을 규율하는 새 법리를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6월 서명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14409도 에이전트를 이용해 데이터에 불법 접근하는 행위를 우선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에이전트를 사람이 쓰는 도구로 보는 시각이다.

한국 법도 비슷한 틀을 갖고 있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전자문서법) 제7조 제1항은 자동으로 전자문서를 주고받도록 설정된 프로그램이 보낸 의사표시를 작성자가 보낸 것으로 본다. 도구설에 가깝다. 같은 조 제2항은 수신자가 작성자의 뜻이라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이를 작성자의 의사표시로 보고 행동할 수 있게 했다. 민법의 표현대리와 닮은 신뢰 보호 장치다.

AI는 법적 주체가 아니어서 대리인이 될 수 없다. 그래도 유추하면 그림은 비슷하다. 결제 권한을 받은 에이전트가 범위를 넘어 물건을 샀다면,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민법 제126조)처럼 상대방은 보호받고 부담은 사용자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전자상거래법 제8조는 전자 결제 때 소비자의 청약이 진정한 의사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두게 했다. 그 확인 버튼을 에이전트가 대신 누른다면 무엇을 확인한 것인지도 새 쟁점이다. 물건이라면 7일 안에 청약을 철회할 길이라도 있다. 넘어간 집 주소와 개인정보는 되돌릴 수 없다.

문제는 도구설이 책임을 사용자에게 몰아준다는 데 있다. 망치질하다 손을 찧었다고 망치 회사를 탓하면 안되지만 분명한 명령을 거부하고, 지시와 다르게 행동해놓고 그 사실을 거짓으로 둘러대는 존재를 망치라 부를 수 있을까. 에이전트의 판단이 깊어질수록 ‘사용자의 손발’이라는 논리는 공급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해진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EU 회원국은 올해 12월 9일까지 소프트웨어와 AI를 무과실 책임 대상 제조물에 포함하는 새 제조물책임지침을 시행해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AI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항변을 막는 법을 만들었다.

필요한 것은 디지털 위임장이다. 에이전트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언제까지 맡겼는지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에이전트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에이전트임을 밝혀야 하고, 결제와 개인정보 제공 같은 고위험 행위는 반드시 사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위임 범위를 넘은 행위에 대해서는 공급자가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메타에 따르면 뮤즈는 파손과 분실에 대한 보상과 무료 반품을 제공하는 스트라이프 ‘링크’의 구매 보호를 받는 첫 에이전트다. 이에 비교하면, 스페셜리스트 닷은 조직에서 신원과 권한을 따로 부여받는다. 결국, 이러한 에이전트의 책임을 나눌 장치 또는 설계를 누가 먼저 표준으로 만드느냐가 다음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차이, 그리고 메타의 기시감

기술적으로 두 제품은 같은 방식이다. 뮤즈는 메타 초지능연구소(MSL)가 4월 공개한 첫 모델 ‘뮤즈 스파크’로 움직이고, 전용 보안 가상머신에서 일하며, 시스템 수준에서 분리된 감시 에이전트 ‘센티널’을 곁에 둔다. 닷은 105만 토큰의 맥락을 다루는 GPT-6 아스트라를 쓰고, 플러그인으로 4000개가 넘는 앱에 연결된다. 감시 시스템이 안전 문제를 감지하면 닷을 멈추고, 저장된 비밀번호로 로그인할 때도 모델은 비밀번호를 보지 못한다.

두 회사 모두 감시와 권한, 승인이라는 통제 계층에 공을 들였다. 모델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지금, 에이전트의 품질을 가르는 것은 모델 위에서 작동하는 통제 설계다. 닷은 채널을 옮겨도 맥락을 유지하는 상태 유지형 구조를 업무 흐름 안에 심었다. 물론, 닷도 완벽하지는 않다. 출시 직후 나온 한 체험 리뷰에서 닷은 리뷰어의 개인 웹사이트를 고쳐 배포하고 영상 파일을 편집하는 일은 매끄럽게 해냈다. 반면 남의 웹사이트에서는 사람 확인 절차에 막히고 보안 확인이 되풀이됐으며, 무료 방문 대신 35달러짜리 이용권을 고르기도 했다. 내 시스템 안에서는 잘하고 남의 시스템 앞에서는 헤맨다는 점에서, 앞서 본 B2B와 B2C의 차이가 기술에서도 드러난다.

흥행 곡선도 따져봐야 한다. 뮤즈는 출시 22일 만에 미국 다운로드 500만 건을 넘겼다. 하지만, 출시 초기에는 자연 유입이 컸지만, 메타는 9월 16일부터 광고비를 늘렸고 이후 2주 동안 자사 앱에 띄우는 광고 노출의 최대 절반을 뮤즈에 몰았다. 이용자의 95% 이상이 이미 페이스북 이용자였다는 집계도 있다. 기존 이용자를 옮긴 효과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10월 첫 주에는 다운로드가 전주보다 8% 줄었다는 외부 집계도 나왔다. 메타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 관계사를 둔 매체의 분석이고 한 주치 수치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기시감이 든다. 지난해 메타 AI 앱의 ‘디스커버’ 피드에는 이용자들이 사적인 줄 알았던 대화가 공개적으로 올라와 사생활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AI 영상 피드 ‘바이브스’는 다운로드를 끌어올렸지만 실제 사용은 그 숫자를 따라오지 못했다. 메타의 AI가 화려하게 데뷔한 뒤 사생활과 지속성에서 발목이 잡힌 장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급 명세서부터 읽어야 한다

에이전트가 누구 편에 설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계약 구조다. 누가 월급을 주는지, 누가 권한을 줬는지, 사고가 나면 누가 물어내는지가 분명한 곳에서 에이전트는 먼저 일자리를 얻는다. 그곳이 기업이다. 소비자 시장의 에이전트는 그다음 차례다.

그때까지 필요한 것은 에이전트가 어느 쪽 이익을 따르는지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장치와 설계다. 추천 근거의 기록, 수수료 구조의 공개, 위임 범위의 명시, 공급자의 책임 분담이 기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가 지난 2월 자사 쇼핑 앱에 쇼핑 에이전트 베타를 열었고,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외부 커머스 파트너를 에이전트에 잇는 실험을 이어 왔다. 가게가 직접 고용한 에이전트가 손님 편에 설 수 있는지, 그 답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자문서법의 자동 프로그램 조항과 전자상거래법의 결제 확인 절차도 에이전트 시대에 맞게 다시 들여다볼 때다.

결국, 우리는 에이전트에게 지갑을 맡기기 전에, 그 에이전트의 월급 명세서부터 읽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승현 라이너 AI 에반젤리스트는 스타트업 창업가 출신의 AI 전문가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인공지능플랫폼혁신국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 공공 AI의 초석을 닦았으며, 현재는 한양대 에리카 글로벌문화통상학부 겸임교수, 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겸임교수, 법무법인 린의 공공AX 고문을 겸하며 기술과 정책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론에 머물지 않는 현장형 전략가로서 국가 전반의 AI 네이티브 전환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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