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읽음
최태원 호남 팹 조기 착공 의지, 분양가 및 인프라 우려 여전
IT조선
0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를 찾아 조기 착공 의지를 밝히며 투자 불확실성 해소에 나섰다. 하지만 10월 시작한 국정감사에서 비싼 분양가와 인프라 부적합, 노조 반발 등 산적한 리스크가 잇따라 노출됨에 따라 이번 투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0월 9일 광주 군공항 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 부지를 처음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최 회장은 전력과 용수 공급이 지연되더라도 지반공사 일정을 맞출 수 있다면 공사에 먼저 들어가겠다는 속도전 방침을 제시했다.

최 회장이 조기 착공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품귀 현상과 글로벌 점유율 방어 전략이 깔려 있다. 그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시 시장 국제기업가 자문회의’ 행사에서도 “우리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뭔가를 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른 속도로 증설하면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의지와 달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호남 팹 추진을 둘러싼 구조적 리스크가 낱낱이 도마에 올랐다. 입지 타당성부터 막대한 재정 투입, 생산 여건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부담이 되는 약점들이 대거 노출됐다.
천문학적인 토지 조성 비용이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광주 군공항 부지에 조성되는 호남 국가산단의 총사업비는 약 9조원에 달한다. 평당 추정 조성원가는 약 514만원이다.

이는 주변 산업단지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 2024년 분양된 광주 첨단3지구 산업용지 평균 분양가격인 평당 241만원의 2.1배이며, 2020년 분양된 빛그린 국가산단 분양가(77만원)와 비교하면 6.7배에 달한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수조원대의 손실 보전 문제가 남는다. 결국 기존 광주시 측이 부담해야 했던 군공항 이전 및 개발 비용이 국가산단 조성원가에 반영돼 입주 기업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전력과 용수 여건 역시 부적합 논란에 휩싸였다. 국감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프라 부족으로 호남 투자가 어렵다는 평가보고서를 제출했었다는 주장과 함께, 호남 용수를 반도체 수질 기준에 맞추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무리한 행정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6조원 규모의 재정지원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는 과정에서 사전 용역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사업 타당성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부지 확보의 핵심인 군공항 및 미군기지 이전 일정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는 2028년 중순 착공 전까지 미군부대 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미군기지 반환 절차가 지연될 경우 공장 착공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부지 선정 경위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혼선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먼저 호남 투자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기업 대면 보고를 근거로 기업이 특정 지역을 먼저 제안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정치적 결정’ 의혹을 제기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이재명 정부의 호남 몰아주기 프로젝트 의혹을 해소하려면 부지 선정 과정, 예산 편성기준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각사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잠재 리스크다. 인재 유치가 생명인 첨단 메모리 사업에서 노동조합의 우려를 사전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향후 인력 재배치와 근로조건을 둘러싼 심각한 노사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6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호남 반도체 투자로 조합원의 근로조건 변동이 발생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한 우려가 해소될 필요가 있다”며 “투자는 경영상의 결정이 맞지만, 그에 따라 발생하는 근로조건은 노조와 얘기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