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읽음
김지용 중수청장 청문회, 개혁 기준과 인사권의 충돌
투데이신문〈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이번 청문회가 드러낸 것은 집권세력 내부의 서로 다른 시간표다. 검찰개혁을 추진해온 이들은 과거의 잘못과 결별했는지를 먼저 묻는다. 대통령은 새 기관을 실제로 작동시킬 인사를 선택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 간극을 파고들며 국회의 검증권을 앞세운다. 같은 후보자를 바라보면서도 각자가 지키려는 정치적 자산은 다르다.
여권, 개혁의 주인을 묻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은 검찰 재직 당시 행적이다. 그는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반대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징계에 반대하는 검사장 성명에도 참여했다. 반면 후보자 측은 수사·기소 분리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범죄피해자 보호와 수사 공백을 우려했다는 입장이다. 과거의 반대가 개혁 원칙에 대한 거부였는지,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이견이었는지가 검증의 핵심이다.
여권 내 반대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초대’라는 두 글자에 있다. 새 기관의 첫 수장은 조직의 업무 관행과 인사 기준, 권한을 행사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개혁에 거리를 뒀던 인사가 그 자리에 앉는다면, 조직의 간판을 바꾸고도 기존 수사 문화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의 정치문법에는 지지층에 대한 책임도 작동한다. 검찰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워온 정치인들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묻지 않은 채 대통령의 선택을 추인하기는 어렵다. 침묵하는 순간 자신들이 강조해온 기준을 스스로 낮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공개적인 검증 요구에는 개혁의 일관성을 지키려는 논리와 개혁 진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인하려는 정치가 함께 자리한다.
실제로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청문회 전날 후보자에 대한 부적합 의견을 밝히면서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국회 검증을 통해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은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범여권을 하나의 찬반 집단으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대통령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과 후보자를 적격자로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태도도 존재한다.
다만 반대론 역시 기준을 입증해야 한다. ‘친윤’이라는 정치적 분류만으로 직무 부적격을 확정할 수는 없다. 어떤 사건에서 어떤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이 수사 독립성이나 인권 보호와 어떻게 충돌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인선은 개혁의 실행 방식을 결정하는 문제로 읽힌다. 개혁에 앞장섰던 인사에게 조직을 맡기는 방식도 있고, 기존 수사조직의 경험을 가진 인사를 통해 제도 전환을 안착시키는 방식도 있다. 김 후보자 지명을 후자의 선택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 다만 이것이 대통령의 실제 인선 이유인지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인사 결과만으로 통합이나 실용이라는 명분을 확정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인사와 수사에 대한 개입을 경계하는 태도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사심을 앞세워 인사와 구체적인 수사·공소 업무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밝혔다. 9일에는 급진 개혁을 내세운 내부 공격을 비판했다.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김 후보자 인선에 반발한 여권 인사들을 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발언의 정치적 의미는 개혁의 최종 조정권을 대통령이 행사하겠다는 데 있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더라도 인사와 정책의 구체적인 선택까지 특정 집단이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집권세력 내부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향후 인사에서도 같은 압력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택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주도권과 연결된다.
그러나 인사권을 지키는 일과 인사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지지층의 요구에 밀리지 않는 모습만으로 후보자의 적격성이 증명되지는 않는다. 왜 이 사람이 첫 수장이어야 하는지, 과거 행적에 대한 우려를 어떤 근거로 해소했는지 밝혀야 한다. 특히 자신이 추진한 개혁의 취지와 인선 사이에 간극이 제기됐다면 대통령에게도 설명할 정치적 책임이 생긴다.
대통령의 딜레마가 여기서 나타난다. 반발에 밀려 지명을 철회하면 인사 판단의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 충분한 소명 없이 임명을 밀어붙이면 개혁을 함께 추진한 세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를 풀어낼 수단은 청문회의 실질적인 검증이다. 대통령의 선택도 검증을 통과하며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 절차로 틈을 파고들다
국민의힘의 공세는 여권 내 반대론과 초점이 다르다. 여권 일각이 후보자의 과거와 개혁 적합성을 묻는다면,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국회의 검증을 존중하고 있는지를 문제 삼는다. 같은 후보자를 비판하더라도 정치적 목적과 논리는 일치하지 않는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지명 이후 청문 요청까지 시간이 걸린 경위를 비판했다. 특히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이 인선을 둘러싼 우려가 상당 부분 정리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오늘 청문회가 요식행위냐”고 따졌다. 이에 김영진 행정안전위원장은 공식적인 청문 절차를 통해 후보자를 엄중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친윤 검사’ 논쟁에 직접 올라타는 것보다 절차 문제를 제기하는 편이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여권의 친윤 비판에 동조하면 과거 검찰을 둘러싼 자신의 입장과 충돌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면 대통령의 인선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된다. 검증권과 청문 절차를 앞세우면 이러한 부담을 줄이면서 정부·여당의 모순을 공격할 수 있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증인 채택 요구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임 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며, 후보자와 조직 내부 문제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부의 인선 갈등을 공개된 검증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요구다.
하지만 절차를 문제 삼은 야당에도 그에 맞는 책임이 따른다. 청문회가 요식행위라고 비판하려면 야당 스스로 결과를 미리 정해놓지 않아야 한다. 자료 제출과 증언을 통해 무엇이 확인됐는지, 후보자의 설명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짚어야 한다. 여권의 분열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새 수사기관의 수장을 검증하는 임무를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번 청문회에서 주목할 장면은 여야가 자료 제출 부족을 함께 질타했다는 점이다. 정진웅 전 검사 관련 사건 처리 자료뿐 아니라 중수청의 사건 이관 기준과 운영 매뉴얼 등도 요구됐다. 정파별로 출발점은 달랐지만, 후보자의 설명을 검증할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접점을 이뤘다.
그 접점에 청문회의 본래 역할이 있다. 과거 사건 처리에서 후보자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최종 결정에 어떤 책임을 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새 기관의 사건 배당과 수사 지휘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따져야 한다. 정치적 수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운영 원칙을 통해 구체화할 때 검증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일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입장과 함께 내란 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특정 범죄에 대한 강경한 언급이 과거 행적에 대한 해명을 대신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하느냐와 더불어, 모든 사건에 같은 증거 기준과 절차를 적용할 수 있느냐다.
정치권도 같은 질문을 받아야 한다. 여권이 원하는 개혁은 권력과 가까운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인가, 권력이 불편해해도 원칙을 지키는 기관을 만드는 것인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독립성은 여당에 대한 수사에만 적용되는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건에서도 지켜져야 하는가. 대통령 역시 자신이 지명한 수장이 정부의 기대와 다른 판단을 하더라도 그 독립성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지용 청문회에는 세 가지 정치문법이 겹쳐 있다. 여권 내 반대론은 개혁의 정체성을 지키려 하고, 대통령은 인사 판단과 개혁 실행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며, 국민의힘은 절차의 정당성을 무기로 집권세력의 틈을 파고든다. 개혁의 첫 수장에게 필요한 자격은 어느 편의 의심을 잠재우는 능력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어느 편의 권력 앞에서도 같은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