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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 디지털파운드 도입 신중, 민간 혁신 우선 추진
위키트리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이 일반 국민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파운드’를 서둘러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안정을 맡은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 부총재가 10월 12일(현지시각) 발언에서 상업용 스테이블코인과 은행의 토큰화 예금이 디지털 파운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과 영국 재무부는 올해 안에 국가 발행 디지털 파운드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발언의 무게가 크다.
브리든 부총재는 디지털 결제 혁신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소매 CBDC는 영국에서 ‘브릿코인(Britcoin)’으로 불린다. 이 발언은 영란은행이 민간 디지털 화폐와 파운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먼저 챙기고 있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크라우드펀드 인사이더(Crowdfund Insider)에 따르면 브리든 부총재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기간에 애틀랜틱 카운슬과 대담하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발언은 블룸버그가 처음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페이퍼스는 발언 시점을 10월 12일로 전했다.
핵심은 소매 CBDC 추진 여부가 ‘다른 수단으로 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점이다. 브리든 부총재는 토큰화(자산을 블록체인상 토큰 형태로 바꾸는 기술)와 새로운 결제 방식의 장점을 규제를 받는 파운드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은행 예금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굳이 중앙은행이 앞서 나설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 화폐가 이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고 더 페이퍼스는 전했다.
코인에디션은 디지털 파운드를 영란은행이 발행해 가계와 기업이 일상 결제에 쓰는 디지털 화폐로 설명했다. 일반 은행 계좌의 예금과 달리 중앙은행에 대한 직접 청구권이라는 점이 다르다. 같은 매체는 이 프로젝트가 수년째 진행 중이지만 정부와 영란은행이 발행을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더 페이퍼스에 따르면 브리든 부총재는 중앙은행 화폐가 경제 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서 8%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현금 사용이 크게 줄었다는 점도 배경으로 언급됐다. 중앙은행 화폐의 역할이 작아진 상황에서 통화 체계가 여전히 중앙은행 화폐에 닻을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브리든 부총재가 내놓은 대안은 하나의 디지털 화폐에 의존하지 않는 ‘멀티 머니’ 모델이다. 현금과 CBDC(발행될 경우), 상업은행 예금, 토큰화 예금, 스테이블코인이 모두 파운드로 표시되고 액면가로 매끄럽게 교환되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통화에 가치를 고정해 결제를 더 빠르고 싸게 만들도록 설계된 토큰이며 국경 간 결제에서 특히 강점이 있다. 토큰화 예금은 공유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결제를 정산할 수 있게 한다.
영란은행은 소매 CBDC보다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 고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란은행의 부채를 파운드 금융시장 거래의 결제 자산으로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다. 토큰화와 관련된 24시간 즉시 결제 기능을 확보하되 결제의 중심에는 중앙은행 화폐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라고 더 페이퍼스는 전했다.
영란은행은 달러 표시 토큰의 지배력에 맞설 대안으로 영국 기업이 파운드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영국 소비자와 기업이 새 결제 수단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만 접할 수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 페이퍼스는 영란은행이 지배적 파운드 스테이블코인 3개가 나타날 것으로 보며 각각 약 460억 유로 규모의 수요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시장 현실은 아직 거리가 멀다.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3,080억 달러 규모 시장에서 파운드 스테이블코인은 600만 달러에도 못 미쳤다. 대부분은 달러 연동 토큰이 차지하고 있다.
규제 틀은 이미 나왔다. 영란은행은 6월 22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파운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위한 정책 성명과 실행 규범 초안을 공개했다. 기존 보유 한도는 코인당 400억 파운드(약 529억 달러)의 임시 발행 가드레일로 대체됐다. 담보 자산은 최대 70%까지 단기 영국 국채로 보유할 수 있으며 제안 단계의 60%에서 상향됐다. 나머지 30%는 영란은행의 무이자 예치금으로 둬야 한다.
상환은 24시간 안에 이뤄져야 하고 보유분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금지된다. 코인에디션은 규제를 받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2027년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더 페이퍼스는 영란은행이 ‘화폐의 단일성’을 지키고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시스템에 통합되도록 규제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과 재무부는 올해 안에 국가 발행 디지털 파운드를 추진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칼킨미디어에 따르면 실제 발행에는 의회의 1차 입법도 필요하다. 영란은행은 3월 4일 진행 보고서에서 설계 단계를 올해 마무리하고 청사진과 공동 평가를 함께 내놓겠다고 밝혔다. 크립토폴리탄은 브리든 부총재의 ‘서두르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중앙은행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짐작하게 한다고 짚었다.
칼킨미디어는 시장이 브리든 부총재의 어조를 중앙은행 방향성에 대한 강한 힌트로 읽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 디지털 화폐에 소극적이면 파운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인프라, 수탁·결제 기업에 여지가 커진다는 분석이다. 상업은행이 예금 유출을 걱정하는 부담도 덜어지고 개인정보 감시 우려를 제기해 온 쪽도 반길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실험은 계속된다. 영란은행의 ‘디지털 파운드 랩’은 폴리곤 랩스·NOBO 파이낸스·던 앤드 브래드스트리트와 국경 간 무역금융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스테이블코인과 모의 디지털 파운드가 한 거래의 서로 다른 구간을 정산할 수 있는지 보는 시험이다. 실제 돈이나 고객은 쓰이지 않으며 영란은행은 발행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랩의 2단계 신청은 3월 말 마감됐다.
크라우드펀드 인사이더는 CBDC를 경계하는 미국과 디지털 유로를 서두르는 EU 사이에서 영국이 민간 혁신을 허용하는 쪽에 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파핀의 마르쿠스 비리아투 최고경영자는 상업은행 예금과 토큰화 예금,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화폐가 기관과 네트워크 사이를 장벽 없이 오갈 수 있는지가 진짜 시험대라고 말했다. 코인에디션에 따르면 10월 초에는 영란은행의 샤샤 밀스 금융시장인프라 담당 이사가 토큰화가 결제와 담보 관리를 개선할 수 있다면서 명확한 법적 규칙과 상호운용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