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 읽음
[국감 워치] 연금도 복지도 ‘65세 문턱’…조기 노화 장애인 연령 기준 사각지대
투데이신문
0
해마다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크고 작은 허점이 드러난다. ‘국감 워치’는 그 가운데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꼭 짚어야 할 내용을 골라, 복잡한 제도와 숫자를 쉽게 풀어 전달한다. 해당 시리즈는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국민연금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하고도 노령연금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채 숨진 장애인이 최근 5년간 61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연금 수급 연령을 앞당겨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일부 장애인이 일반적인 노년기보다 일찍 신체·인지 기능 저하를 겪는 만큼 연금뿐 아니라 의료·돌봄·복지 전반의 연령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이르기 전 사망한 등록장애인은 1만3263명이다. 이 가운데 46%인 6100명은 노령연금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을 채우고도 연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현행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하면 법정 수급 연령부터 노령연금을 지급한다. 광산 근로자와 선원 등 특수직종근로자는 노동환경과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일반 가입자보다 5년 일찍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유형이나 건강 상태에 따른 별도 조기 수급 특례는 없다.

소 의원은 이 같은 특수직종근로자 제도를 거론하며 중증장애인에게도 노령연금 조기 수급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유형별 생애주기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2023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인의 사망 시 평균 연령은 28.1세로 전체 장애유형 가운데 가장 낮았다. 지적장애인은 57.8세, 뇌전증장애인은 60.2세, 정신장애인은 63.9세였다.

국민연금공단도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공단은 올해 장애인의 국민연금 가입·수급 실태와 해외 제도 등을 분석하는 ‘장애인 노령연금 조기 수급 및 소득보장 강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는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은 지난 13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충족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노령연금을 조건부로 조기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연구 결과와 개선 대책도 함께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노령연금 수급 시기를 5년 앞당기는 것만으로 장애인의 노후소득과 돌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발달장애인은 일반적인 노년기보다 이른 시기부터 신체·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가운데 사망 시 연령이 28.1세로 가장 낮은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생애주기와 건강 특성에 맞춘 노후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현행 노인복지제도의 상당수는 신체적 기능 저하보다 연령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보면 노인복지관과 노인교실은 원칙적으로 60세 이상, 경로당은 65세 이상이 이용 대상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도 65세 이상을 기본 신청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노후 준비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다다르다 김영아 대표는 본보에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자폐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ADHD나 뇌전증 등으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신체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복을 유지하거나 대장내시경 약을 복용하는 과정이 어려워 건강검진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등에서는 인지·학습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노년기를 40~45세부터 바라본다”며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해 노년기 기준을 달리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도 자폐성 장애인의 노화와 건강 문제를 일반적인 노년기보다 이른 시점부터 살펴보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2016~2017년 국제자폐연구학회 전문가 논의에서는 동반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 등을 고려해 50세 이상 자폐인을 대상으로 노화 연구를 수행할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김 대표는 “장애인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는 사실 자체를 대중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 역시 나이가 들고 조기 노화를 겪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형성돼야 가족과 활동지원사, 지역사회 구성원도 장애인의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