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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한국군, 연결 중심 맥가이버 부대로 개편해야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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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서재원 객원논설위원]
2025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 현장에서 한 이스라엘 군인 출신 참가자 한 분이 내게 흥미로운 말을 건넸다. 여러 임무를 오가며 현장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더니 이스라엘의 다목적군 같다는 것이었다.

당시 내 역할은 하나가 아니었다. 교통봉사와 VIP 의전, 비상계단 순찰,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 목회자들의 불어 통역, 외국인 참석자의 택시 호출, 교통카드 충전과 택시비 결제까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일을 맡았다. 처음부터 하나의 직무로 설계된 역할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서로 다른 기능을 연결해 행사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는 일이었다.

물론 국제행사 봉사와 전투부대의 임무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이 경험은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인구가 줄어들어 군인 한 명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지는 시대에, 한국군은 병력의 숫자를 보완할 새로운 조직 원리를 갖고 있는가?

2026년 10월 14일자 조선일보가 전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이 질문을 더 시급하게 만든다. 브런슨 사령관은 다영역특임단(Multi-Domain Task Force·MDTF)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주·사이버·전자전 역량을 통한 다층적 감지 능력과 전력의 분산 배치를 역설했다. 그는 한국만이 아니라 베이징까지 연결되는 더 넓은 작전환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문제가 더 이상 한반도 안의 병력 배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군이 마주한 위기는 병력의 감소와 전장의 확장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데 있다.

첨단무기보다 먼저 바꿔야 할 조직의 문법

미국의 MDTF는 이 변화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육군을 기반으로 우주·사이버·전자기 영역의 능력과 장거리 정밀타격을 결합해 적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체계를 무력화하고, 다른 전력이 작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조직이다. 여러 군종과 기술체계가 따로 움직이는 대신, 탐지와 정보 분석, 전자적 효과, 타격을 작전 목적에 맞춰 통합한다. 미 육군은 이를 인도·태평양의 광대한 작전환경에서 아군의 자유로운 행동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첨단무기의 종류가 아니다. 핵심은 서로 분리돼 있던 역량을 연결해 작전의 효과를 높이는 조직 설계다. 미 육군이 MDTF를 통해 추구하는 다영역 작전은 특정 무기체계의 우수성보다 서로 다른 영역의 효과를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 결합하는 능력에 의존한다.

이스라엘군의 다차원 유닛인 레파임(Refaim), 일명 고스트 유닛(Ghost Unit)도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19년 당시 참모총장 아비브 코하비의 구상으로 창설된 이 부대는 변화하는 전장에 맞는 작전 개념과 기술을 시험하는 특수전 전력이다. 정찰과 정보, 무인체계, 기동전투 등 서로 다른 역량을 결합해 적을 발견하고 노출시키며 교전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스라엘군은 이 부대를 미래전의 새로운 접근법을 시험하고 다른 부대로 확산하는 실험장으로도 활용해 왔다.

두 조직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MDTF는 전구 수준에서 다영역 효과와 장거리 타격을 통합하는 편제인 반면, 레파임은 전술적 기동과 전투를 중심으로 여러 역량을 결합하는 부대다. 하나는 넓은 작전환경에서 전력 간 연결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전장 가까이에서 전투 기능의 통합을 추구한다.

그러나 두 사례가 공유하는 원리는 분명하다. 전문성을 없애는 대신 전문성 사이의 장벽을 낮추고, 개별 부대의 능력을 연결해 전체 작전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맥가이버의 교훈: 만능 병사가 아니라 연결할 줄 아는 조직

이 원리를 한국군에 적용할 때 ‘맥가이버 군대’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싶다. 여기서 맥가이버는 무엇이든 혼자 해결하는 영웅을 뜻하지 않는다. 제한된 자원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미 보유한 지식과 도구, 사람을 새롭게 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분석한 댄 세노르와 사울 싱어의 《창업국가(Start-Up Nation)》는 군 복무 경험, 기술적 문제 해결, 책임을 맡는 조직문화와 기업가정신 사이의 연결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얻을 교훈은 모든 병사를 창업가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문제를 발견한 사람이 해결책을 시험하고, 유효한 경험을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전환하는 학습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맥가이버 군대는 세 가지 층위로 설계할 수 있다. 첫째는 전문성이 결합되는 네트워크다. 둘째는 여러 기능을 이해하고 임무에 따라 전환할 수 있는 다기능 인력이다. 셋째는 군 밖의 전문성을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예비전력과 사회적 기반이다.

이 세 층위는 서로 대체재가 아니다. 네트워크가 있다고 현장 판단이 불필요해지는 것도 아니고, 다기능 인력이 있다고 전문부대가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연결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스위스의 시민군 전통은 세 번째 층위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스위스는 시민이 민간의 삶과 군 복무를 병행하는 민병제 원리를 유지해 왔다. 이 제도는 단순히 군복무 경험자를 많이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다. 사회와 군대 사이에 지속적인 연결을 유지하는 국가적 선택이다. 다만 스위스의 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안보환경과 지형, 동원체계, 사회적 합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배울 점은 제도의 외형보다 원리다. 군 복무를 마친 사람과 민간의 기술·의료·통신·물류 전문가를 위기 대응에 필요한 역량의 관점에서 연결하고, 실제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훈련과 자격을 관리해야 한다.

인구절벽에 대한 답은 병사 한 명의 과부하가 아니다

한국군의 인구 감소 대응은 흔히 병력 규모를 유지할 것인가, 첨단무기로 대체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로 논의된다. 그러나 이 선택지는 불완전하다. 기술은 인력을 보완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대체하지 못한다. 반대로 다기능 인력을 늘린다고 전문적인 전투 능력과 숙련도가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첫째, 전문부대의 핵심 역량은 유지하면서 소부대 단위의 임무 수행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 모든 병사에게 사이버전과 드론, 통역, 공병을 모두 숙달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특기를 중심으로 인접 기능에 대한 이해와 기본 자격을 추가해야 한다. 임무에 따라 전문 인력을 신속히 결합할 수 있도록 편성과 훈련을 설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둘째, 분산된 부대가 공통의 상황 인식과 지휘체계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브런슨 사령관이 강조한 분산 배치는 단순히 병력을 여러 장소에 흩어놓는다는 뜻이 아니다. 전력이 분산돼도 감지와 판단, 지휘, 군수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통신이 끊기거나 상급 지휘부와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휘관과 소부대를 길러야 한다. 자율성은 무제한의 재량이 아니라 명확한 임무와 책임, 교전 규칙을 전제로 해야 한다.

셋째, 예비군을 과거 복무의 연장선이 아니라 미래의 전문성 저장소로 재설계해야 한다. 민간의 통신·의료·정보기술·언어·물류 역량을 실제 군사적 필요와 연결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교육과 자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민간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곧바로 전시 임무를 맡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의 보안·지휘체계와 임무별 훈련을 통과한 인력만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형 모델은 실험과 검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국군이 지금 당장 거대한 신편제부터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존 부대와 예비전력 안에서 다기능·분산형 운용을 시험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시범부대를 선정해 기존 주특기를 유지하면서 통신 복구, 무인체계 운용, 응급처치, 군수지원 등 임무에 필요한 인접 기능을 모듈식으로 교육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예비군의 민간 전문성을 검증해 재난 대응과 군수지원, 통신·의료 지원 등 적합한 분야에 연결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후 훈련에서 임무 완수 시간, 통신 두절 시 지속 능력, 전문 인력의 활용률, 사고율, 훈련 비용을 측정해 실제 효과가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야 할 함정도 있다. 다기능성을 명분으로 인력에게 무제한의 업무를 떠넘기면 숙련도와 사기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분산형 지휘를 강조하다 통제와 책임의 경계가 불명확해질 수도 있다. 기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사이버 보안과 정보 유출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성의 깊이, 현장 자율성, 안전과 책임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또한 한국군의 임무를 군사작전과 재난 대응, 국제행사 지원 등으로 무분별하게 확장해서도 안 된다. 민간의 영역에는 법적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존재한다. 군의 다기능성은 모든 사회적 문제를 군대가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라, 법률과 지휘체계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필요한 역량을 정확하게 제공한다는 뜻이어야 한다.

숫자의 시대에서 연결의 시대로

미국의 MDTF와 이스라엘의 레파임은 한국군이 단순히 모방해야 할 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안보환경에서 발전한 조직이며, 각각의 장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스위스 시민군 역시 한국의 병역제도를 대체할 완성된 답은 아니다.

그러나 세 사례는 한 가지 공통된 방향을 보여준다. 미래의 국방력은 병력과 장비의 총량뿐 아니라, 서로 다른 역량을 얼마나 신속하고 신뢰성 있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인구절벽은 한국군에 불리한 구조적 조건이다. 하지만 그 조건이 반드시 군사력의 비례적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병력의 감소를 조직의 재설계, 기술의 통합, 예비전력의 전문화로 보완할 수 있다면 제한된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그것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혁신이 아니다. 장기간의 교육과 훈련, 지휘체계 개편, 검증 가능한 성과평가가 필요하다.

WEA 총회 현장에서 내가 배운 것은 모든 일을 혼자 잘해야 한다는 교훈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임무가 동시에 발생할 때, 전체 목적을 이해하고 필요한 사람과 수단을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한국군이 지향해야 할 맥가이버 군대도 마찬가지다. 만능 병사를 만드는 군대가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군대다.

병력이 줄어드는 시대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과거의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더 적은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 나은 선택은 사람이 줄어들기 전에 조직의 작동 원리를 바꾸는 것이다.

미래의 강군은 가장 많은 임무를 한 병사에게 맡기는 군대가 아니다. 가장 적절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과 기술을, 필요한 순간에 연결할 수 있는 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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