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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인 암검진 13.5%로 저조, 맞춤형 검진체계 마련 시급
투데이신문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국립재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폐성 장애인 유병 현황 및 건강검진 수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자폐성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54.4%로 집계됐다. 비장애인 수검률 75.7%보다 21.3%p 낮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자폐성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2021년 46.7%, 2022년 49.4%, 2023년 52%, 2024년 54.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장애인 수검률은 2021년 74.3%, 2022년 75.5%, 2023년 76.1%, 2024년 75.7%였다. 최근 수검률이 개선됐음에도 자폐성 장애인의 검진 참여율은 여전히 비장애인보다 20%p 이상 낮게 집계된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 자폐성 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은 55.8%, 여성은 44.9%였다.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은 각각 76.7%, 74.8%를 기록했다. 여성 자폐성 장애인의 수검률은 2021년 36.9%에서 2024년 44.9%로 높아졌지만 비장애 여성과의 격차는 여전히 29.9%p였다.

특히 여성 자폐성 장애인의 암 검진 수검률은 2024년 5.6%에 그쳤다. 여성 자폐성 장애인의 수검률은 2021년 3.6%에서 2024년 5.6%로 소폭 올랐지만 4년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2024년 비장애 여성은 61.5%로 격차가 55.9%p에 달했다.
반면 남성 자폐성 장애인의 2024년 암 검진 수검률은 30.8%로 여성보다 25.2%p 높았다. 같은 해 비장애 남성의 수검률은 57%였다.
여성 자폐성 장애인의 암 검진 수검률이 유독 낮은 데에는 여성에게 해당하는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검진의 수검률이 저조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 자폐성 장애인의 자궁경부암 검진 수검률은 3.7%로 비장애 여성의 61.2%보다 57.5%p 낮았다. 자폐성 장애인 자궁경부암 검진 대상자 840명 가운데 실제 검진을 받은 사람은 31명에 불과했다. 유방암 검진 역시 자폐성 장애인의 수검률은 24.4%로 비장애 여성의 64.5%보다 40.1%p 낮았다. 검진 대상자 82명 중 수검자는 20명에 그쳤다.

다만 암을 뜻하는 ‘악성신생물’ 유병률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24년 자폐성 장애인의 악성신생물 유병률은 0.5%로 자폐성 장애인 전체 인구 4만5393명 가운데 238명이 관련 진단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비장애인의 악성신생물 유병률은 5.4%로 자폐성 장애인의 10배를 웃돌았다. 전체 발달장애인 유병률도 2.5%로 자폐성 장애인보다 5배 높았다. 자폐성 장애인의 유병률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0.5%에 머문 반면 비장애인은 같은 기간 4.9%에서 5.4%로 높아졌다.
다만 낮은 유병률이 실제 암 발생이 적기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자폐성 장애인의 연령구조와 낮은 암 검진 수검률 등이 통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자폐성 장애인의 평균 연령이 낮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암은 일반적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지만 자폐성 장애는 2000년에 법정 장애 유형에 포함돼 등록 장애인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 2021년 기준 자폐성 장애인의 평균 연령은 17.8세로 전체 장애인 평균 62.5세보다 크게 낮았다. 당시 등록 자폐성 장애인 3만3650명 가운데 50세 이상은 73명으로 0.2%에 불과했다.
제도 도입 이전 세대의 중장년 자폐성 장애인 가운데 일부가 다른 장애 유형으로 등록됐거나 장애 등록에서 누락돼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료시설과 검진체계에 대한 낮은 접근성이 자폐성 장애인의 질병 발견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실시한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자폐성 장애인 가운데 13.6%는 ‘검진시설 및 장비 미비’를 미수검 이유로 꼽았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응답도 12.6%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강정배 사무총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행 건강검진 제도는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고 검사에 협조하며 사전 준비를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전제로 설계돼 있다”며 “자폐성 장애인은 감각적 민감성 때문에 위내시경이나 자궁경부암 검사처럼 신체 내부에 기구를 삽입하는 검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이나 마취가 필요한 경우에도 일부 검진기관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고 대장암 검진을 위한 채변 등 사전 준비 역시 보호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검진에 추가되는 시간과 인력에 대한 보상체계도 충분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의 노후 준비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다다르다 김영아 대표도 본보에 “자폐성 장애인은 검사 전 공복 유지나 대장내시경 약물 복용 등 사전 준비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낯선 검사 환경과 기계 소음, 신체 접촉에 대한 감각적 부담도 커 검진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고 짚었다.
장애친화 검진기관이 부족한 점도 수검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의 부족과 지역별 접근성 문제도 장애인의 건강검진 참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112곳이지만 실제 운영 중인 기관은 21곳에 그쳤다.

센터에 발달장애인 이용자가 많은 데에는 장애 특성을 고려한 검진 환경이 마련돼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그림 자료를 활용해 검사 과정을 안내하는 등 맞춤형 검진을 운영하는 동시에 주간보호센터와 평생교육센터 등을 통한 단체 검진과 이동 지원도 제공한다. 이 같은 환경을 바탕으로 센터 이용자 가운데 발달장애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으며 이 중 지적장애인은 전체 검진 대상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센터 관계자는 본보에 “자폐성 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검사실을 여러 차례 이동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신체계측과 시력·청력·혈압 검사 등 약 10가지 검사를 가급적 한 공간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장애 유형별 특성을 반영해 국가건강검진 체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박주석 정책위원장은 본보에 “현행 국가건강검진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된 체계에 장애인 편의시설과 장비를 추가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검진기관 확대, 장비 확충과 함께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춰 검진 대상 연령과 주기, 항목, 방법 등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은 본보에 “자폐성 장애인의 국가건강검진과 암검진 수검률이 비장애인보다 크게 낮고 특히 여성의 검진 수검률이 낮은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장애친화 검진기관과 장비를 확충하고, 장애유형별 특성과 의료접근성을 고려한 맞춤형 국가건강검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