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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송가인 저작권 소송 각하, AI 남용 경고도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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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송가인을 상대로 제기된 저작권 소송의 청구를 미국 법원이 각하했다. 소송을 낸 쪽은 법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남용에 대한 경고까지 받았다. 사건의 쟁점은 저작권 침해 여부에 이르기 전에 법원이 이 사건을 다룰 권한이 있느냐는 문턱에서 정리됐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 / 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8월 27일(현지 시각) 이모씨가 송가인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관련 청구를 각하했다. 해당 소식은 21일(한국 시각) 스포츠경향 등을 통해 전해졌다. 법원이 내놓은 판단의 핵심은 송가인에 대한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것이다. 관할권이 없으면 법원은 사건의 내용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각하는 청구가 옳은지 그른지를 가리지 않고 소송 자체를 더 진행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뜻한다.

소송을 낸 이씨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작곡한 고 이재호의 아들이다. 이씨는 아버지의 음악에 대한 미국 저작권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송가인은 2019년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에서 이 노래를 불렀고, 이씨는 이 무대를 문제 삼았다.

이씨가 문제 삼은 대상은 아버지의 노래를 다른 가수들이 부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점이다. 이씨는 한국 가수와 방송사들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아버지의 음악을 게재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방송에서 부른 노래라도 유튜브를 통해 미국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침해 주장의 근거였다.

피고는 송가인 한 명이 아니었다. 이씨는 김연자와 장윤정, 그리고 방송사들도 소송 대상에 포함했다. 한국에서 촬영해 한국 방송으로 내보낸 무대를 미국 연방법원에서 다투는 구조다. 법원이 송가인에 대해 관할권부터 따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피고가 미국 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할 연결고리가 있는지가 본안 판단보다 먼저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 가수 송가인. / 뉴스1

해당 사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송가인이 소송에 응하지 않았는데도 이씨가 이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씨는 송가인이 소송에 응하지 않자 승소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가 대응하지 않으면 원고가 자동으로 이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법원은 송가인의 대응 여부와 별개로 재판과 관련한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피고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관할권이 없는 사건에서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취지다. 송가인이 응소하지 않은 사실이 오히려 이씨의 청구를 뒷받침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법원이 따져야 할 순서가 달랐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씨는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재검토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9월 4일(현지 시각) 송가인 관련 결정을 포함한 재검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하 결정이 나온 8월 27일부터 재검토 기각까지 걸린 기간은 9일이다. 한 차례 판단이 뒤집히지 않은 만큼 송가인을 상대로 한 해당 청구는 현 단계에서 더 이어지기 어려운 상태다.

판결문에서 시선을 끈 부분은 AI 사용에 대한 지적이다. 법원은 이씨가 AI를 이용해 서류를 작성했고, 제출한 서류에서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법원은 "생성형 AI를 더 남용하면 돈을 내도록 하거나, 반복적인 무리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고에는 두 가지 구체적인 조치가 담겼다. 하나는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반복적으로 무리한 소송을 내는 사람으로 지정하는 조치다. 후자로 지정되면 이후 소송 제기 과정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이 서류 작성에 쓴 도구를 직접 거론한 것은 AI로 만든 서류의 신뢰성 문제가 재판 절차에서 실제 제재 사유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수 송가인. / 뉴스1

문제가 된 곡은 1956년 발표된 트로트다. 반야월이 작사하고 이재호가 작곡했으며, 가수 이해연이 불러 큰 인기를 얻었다. 제목의 단장(斷腸)은 창자를 끊어내는 듯한 극심한 슬픔을 뜻한다.

노래의 배경은 한국전쟁이다. 당시 미아리고개는 북한군이 후퇴하며 포로 등을 끌고 가던 통로였고,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이별을 겪던 장소로 묘사된다. 가사에는 철사로 묶여 끌려가는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아내의 사연이 담겼다. 발표 70년이 지난 곡이지만 송가인이 2019년 '미스트롯' 무대에서 부르면서 다시 대중 앞에 섰고, 해당 무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 소송의 출발점이 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결정은 송가인에 대한 관할권 부재로 인한 각하와 재검토 기각이다. 저작권 침해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이씨가 주장하는 미국 저작권의 상속이 인정되는지는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다. 법원이 본안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곡의 저작권 귀속이나 침해 여부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김연자와 장윤정, 방송사들이 포함된 나머지 피고에 대한 결정은 확인된 내용이 없다. 송가인 관련 청구가 각하된 만큼 같은 논리가 다른 피고에게도 적용될지는 각 피고의 미국 내 연결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서류 작성에 AI를 계속 사용한다면 법원이 예고한 금전적 부담이나 반복 소송인 지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송가인 측이 해당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응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구가 각하됐기 때문에 송가인이 미국 법원에서 별도로 입장을 낼 필요가 생기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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