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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흡연공간 디자인…설치보다 중요한 '공간·경계·운영'·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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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의 역할이 시설과 공간의 외관을 개선하는 데서 정책의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기존 정책이 놓친 문제를 찾아내고 시민의 이용행태를 반영해 대안을 설계하며,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28일 서울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열린 '2026 정책을 위한 공공디자인(Policy By Public Design) 포럼'에서는 이 같은 공공디자인의 역할을 현장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공공디자인, 정책의 언어가 되다'를 주제로 공공디자인이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정책의 빈틈을 메우는 과정이 다뤄졌다.

'사회 갈등 예방 그리고 디자인'에서는 거리 흡연을 놓고 두 가지 접근이 제시됐다. 이미정 강남구청 공공디자인팀장은 공간과 이용행태를 바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충돌을 줄이는 과정을, 정수지 홍익대 공공디자인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담배 유해성분이라는 공중보건 정보를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 규제로 막았더니 흡연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미정 강남구 공공디자인팀장의 발표는 강남구가 약 5년에 걸쳐 거리 흡연 문제를 다뤄온 과정에서 출발했다. 2022년 특정 공간의 환경을 바꿔 흡연을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흡연행위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강남구는 여기서 거리 흡연을 단순한 단속 대상이 아니라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같은 보도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공간의 갈등'으로 다시 정의했다. 이후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이용공간을 구분하는 분리형 흡연공간을 실험하고 실제 흡연자의 이용행태를 조사했다.
중요한 질문은 '흡연부스를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흡연자가 기존 부스를 이용하지 않는가'였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반담배 공간은 밀폐형, 전자담배 공간은 반개방형으로 구성하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동선을 분리했다. 공기정화 설비와 '흡연매너 경계선', 주변 금연거리 지정, 계도·관제도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었다.

이미정 팀장이 강조한 것은 시설 자체보다 이를 만들어낸 과정이었다. 거리 흡연은 금연정책과 단속, 보도 관리, 청소, 시설물 설치 등 여러 행정 영역에 걸쳐 있다. 부서별 업무 사이에서 어느 부서도 온전히 책임지기 어려운 영역이 생기는데, 이 팀장은 이를 공공정책의 '틈'으로 설명했다.

공공디자인은 이 틈에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실험과 검증을 거쳐 대안을 수정하면서 여러 부서에 흩어진 문제를 하나의 정책과제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의 분리형 흡연부스가 단순한 시설물보다 '정책을 만드는 방식'에 가까운 사례인 이유다.
◆ 공개됐다고 전달된 것은 아니다

정수지 홍익대 공공디자인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같은 문제를 '정보'에서 찾았다.

정 연구원은 '공중 보건 정보 디자인: 담배유해성분 표기'를 주제로 정보가 공개되는 것과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100m 남짓한 한 골목에 흡연 금지 안내가 23개나 붙어 있지만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례를 들며, 안내가 많다고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담배 유해성분도 성분명과 함량을 단순 나열하면 숫자가 작은 제품을 상대적으로 덜 해로운 담배로 오인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성분을 공부하게 하는 것보다 담배에는 여러 유해성분이 존재하고, 표시된 숫자가 작거나 특정 성분이 표시되지 않았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무엇을 알릴지는 보건·의학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어떻게 읽힐지'는 디자인의 영역이라고 봤다. 흡연부스나 거리 패널에서는 핵심정보를 먼저 보여주고 세부정보는 웹페이지와 QR 등으로 연결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 규제는 '지킬 수 있게', 정보는 '읽힐 수 있게'

두 발표가 다룬 대상은 달랐지만 문제를 푸는 방식은 닮았다. 금연 규정이 있어도 시민이 따르지 않는다면 규정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찾아야 하고, 유해성분을 공개해도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면 공개와 이해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강남구는 전자를 공간과 이용행태의 디자인으로, 정수지 연구원은 후자를 정보디자인으로 풀었다. 규제는 지킬 수 있는 환경으로, 정보는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 공공디자인이 정책의 마지막 장식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접근은 서울역과 부산역 등 이용객이 많은 주요 철도역사의 흡연공간에도 시사점을 준다. 흡연부스 설치 여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이용행태와 보행동선, 간접흡연, 주변 금연구역 관리까지 하나의 공간정책으로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철도 통합으로 주요 역사의 국가 관문 기능이 커진 만큼, 흡연공간 역시 단순 시설물이 아니라 보행환경과 간접흡연, 공중보건 정보, 관리체계를 아우르는 공공서비스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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