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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투표함 146일 만에 반출, 봉쇄 시위 사실상 종료
위키트리
전날만 해도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고 현장 검증 생중계를 요구하는 참가자가 한때 2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7시 30분께 현장에 남은 인원은 50명 정도로 줄었다. 일부는 재선거와 수개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지만 실제로 목소리를 내는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투표함이 모두 반출되면서 오랫동안 이어진 경기장 봉쇄 시위도 사실상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현장에는 장기간 이어진 시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핸드볼경기장 주변에는 붉은색 의자와 '재검표 생중계'라고 적힌 현수막, 바닥에 깔고 앉았던 종이상자 등이 흩어져 있었다. 밤샘 시위에 사용한 텐트와 온열 제품, 수십 개의 근조화환도 그대로 놓여 있었다.
다만 참가자들이 모두 시위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니다. 현장에 끝까지 남은 일부 참가자는 올림픽공원에서의 집회가 끝나더라도 다른 장소에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5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계속 현장을 찾았다는 40대 여성 A 씨는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연합뉴스에 "비통하고 눈물이 난다. 여기서 계속 시위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시위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이어진 기간 절반 이상 현장에 참여했다는 B 씨도 "다른 곳에서 투쟁하면 또 참가할 것"이라며 "공개도 하지 못하고 투표함을 그냥 가져갔다. 결말을 잘 맺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시간 현장을 지킨 경찰관들에게도 피로가 쌓였다. 한 경찰관은 연합뉴스에 "26시간째 근무 중"이라며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현장 검증과 투표함 반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해 48개 기동대 등 약 3000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특검팀은 서울시장과 송파구청장, 서울시의원, 송파구의원 선거 등에 사용된 투표지를 확인했다. 투표지 수량과 기표·인쇄 상태 등을 살펴보고, 이상이 의심되는 투표지는 별도로 분류했다. 이번 절차는 선거 결과를 다시 집계하는 재검표가 아닌 수사를 위한 검증으로 특검팀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장 검증이 끝난 뒤에도 투표함을 옮기는 과정에서는 대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증거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반출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9일 오전 6시 10분께 투표함 주변에 대열을 형성해 접근을 막았고 이후 반출 작업이 진행됐다.
오전 6시 18분께 투표지 이송이 시작됐으며, 오전 6시 39분께 투표함을 실은 탑차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반출이 마무리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를 두고 선관위와 특검이 "야반도주하듯 들고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경기장 밖에 있던 일부 참가자들도 투표함의 이동 경로를 밝히라고 요구하며 항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용지가 담긴 상자 약 420개 가운데 407개는 선관위가 관리하는 수도권의 별도 창고로 옮겨진다. 나머지 13개는 참관인 이의 제기 등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특검팀이 별도로 이송했다. 이로써 핸드볼경기장 안에 있던 투표함은 모두 반출됐다.
핸드볼경기장은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당시 송파구 개표소로 사용됐다. 개표를 마친 투표지를 같은 달 5일 반출하려 했지만, 재선거 등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집결하면서 이송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참가자들이 경기장 일대를 지키며 봉쇄 시위를 이어왔다.
선거일로부터 148일 만에 투표함이 경기장 밖으로 옮겨지면서 146일 동안 계속된 봉쇄 시위도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