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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빈 수능 출제의 비밀, 생활 밀착 코미디로 스크린 복귀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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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의 비밀' 배우 이선빈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공포, 드라마,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온 배우 이선빈이 주특기인 생활 밀착형 코미디 연기를 무기 삼아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감독 이용재)을 통해서다.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은 40일간 봉인되는 출제 본부에서 오탈자도 시비도 없는 완벽한 문제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좌충우돌 미션 코미디다. 극 중 이선빈은 동명이인이라는 황당한 행정 착오로 쟁쟁한 교수들 틈에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5년 차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으로 분했다. 상황이 험해질수록 씩씩하게 돌파해 내는 인물로 이선빈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겨졌다.

"수능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직접 수능을 보지 않았더라도 분위기를 알 정도로 익숙하잖아요. 비행기가 멈출 정도로 국가적인 이슈인데 정작 수능 출제위원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소재가 주는 참신함이 저를 먼저 압도했어요. 맹보람도 제가 이렇게까지 순수하고 열정과 믿음 하나로 밉지 않은 촌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또 있을까 싶었어요. 제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연기적으로도 비주얼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해보고 싶었어요."

이선빈은 유재명, 김영민, 전석호, 김경민, 이진희, 황보라, 정수영, 이중옥, 류경환 등 선배 배우들의 합류 소식에 출연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대선배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다는 부연이었다.

"당연히 있었어요. 같이하게 될 선배님들이 정말 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던 분들이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한 분 한 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겠는데 어떤 애드리브나 코미디를 하실까' 싶었고 저는 정말 많이 업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대본과 내용, 캐릭터들의 케미까지 다 채워지는 느낌이었어요."

'수능, 출제의 비밀' 배우 이선빈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기대만큼이나 부담도 컸다. 특히 감정이 크게 부딪히는 장면에서는 선배들이 짧은 대사 한마디로 만들어내는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대립하거나 감정이 큰 신은 아무래도 선배님들과 내공 차이가 느껴지니까 고민이 많았어요. 대사 한마디를 툭 하셔도 나오는 무게가 다르잖아요. 제가 제대로 받아치지 못하면 선배님의 연기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특히 중요한 대립신을 촬영 초반에 먼저 찍게 돼서 서사가 아직 쌓이지 않은 상태라 정말 많이 긴장했어요."

극 중 맹보람은 경험이 적은 '신입 교사'로 쟁쟁한 출제위원들 사이에서 이리 저리 치이기 바쁘다. 이선빈은 그런 맹보람의 면면이 답답함이나 민폐로 느껴지지 않길 바랐고 "몰라서 묻고, 잘하고 싶어 움직이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저는 원래 모르는 게 많아요. 일만 하고 살다 보니까 세상 물정이나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사회 문제에 느릴 때도 있고, 모르는 단어도 많아요. 그래서 민폐 끼치기 싫어서라도 모르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고 물어봐요. 아는 척을 하면 금방 들통 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읽을수록 그런 제 모습이 맹보람과 비슷하더라고요."

이선빈은 때로는 당돌하고, 때로는 눈치 없어 보일 수 있는 맹보람이지만 관객들이 그의 진심을 알아보고 응원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자 했다. 관객들이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감정을 꺼내야 했고 그 마음을 담아 자신의 실제 말투를 캐릭터에 반영시켰다. 

"맹보람이 눈치 없이 당돌하게 이야기하는데 그게 안 미워 보여야 하잖아요.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눈치 없어 보여도 관객분들은 '나도 저런 적 있었지', '나만 모르는 현장에 있었지' 하면서 응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몰라서 묻는 것처럼 보이고 잘해보려는 열정 때문에 하는 행동으로 보여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실제로 어른이나 선배에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볼 때 쓰는 말투를 많이 생각했어요."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처음에는 교사라는 직업 자체를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두고 준비했다. 하지만 대본을 파고들수록 맹보람의 핵심은 능숙한 교사의 모습보다 학생을 향한 진심과 출제 본부 안에서 가장 어린 구성원으로서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수험생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선생님 모습이 많이 나올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일타 강사 영상도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본을 읽을수록 제가 잘못 짚었다는 걸 알았어요. 맹보람은 학교에서는 인기 많고 따뜻한 선생님일 수 있지만 출제위원들 사이에서는 완전히 막내이고 '깍두기' 같은 존재잖아요. 프로페셔널한 선생님처럼 보이기보다 학생에 대한 진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다른 점이라고 봤어요. 그 진심을 어떤 톤으로 표현할지를 연구했고 수능 현장 영상이나 관련 이야기들도 찾아봤어요."

수능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됐다. 다만 이선빈은 일찍부터 배우라는 진로를 정한 탓에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고3 시절을 보냈다.

"저는 친구들이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봐서 그 무게를 알아요. 수시를 준비하든 예체능이든 고3이 되는 순간부터 수능이라는 무게를 달고 학교에 가는 느낌이 있잖아요. 저는 고1 때부터 뮤지컬을 하려고 연습을 다녔고 꿈이 일찍 명확했던 편이에요. 고2 때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연습하고 아르바이트했고, 고3 때는 그것도 늦었다고 생각해서 오디션을 다녔어요. 다시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제가 그 어려운 시험을 잘 견딜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어요. 무서웠을 것 같아요."

'수능, 출제의 비밀' 배우 이선빈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자신의 경험을 하나의 정답처럼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학교에서 배우고 쌓는 시간이 필요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방식이 더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제가 대학을 안 갔다고 해서 '대학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결국 내가 뭘 원하는지가 큰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 좋은 것들을 배우고 단단하게 쌓으면서 시너지가 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현장에 빨리 나와 경험하면서 시너지가 날 수도 있잖아요. 저는 글로 배우는 것보다 현장에서 혼나면 혼나면서 배우고 모르면 물어보고 직접 겪으면서 배우는 쪽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결국 꿈과 기질에 따라서 대학의 중요도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맹보람의 외형에서도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선배 출제위원들 사이에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아직 세련되지 않은 막내라는 느낌이 드러나도록 작은 디테일까지 직접 고민했다.

"캐릭터를 맡으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맹보람은 선배님들 사이에 섰을 때 그냥 한 번 보기만 해도 '얘는 초짜네'라는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살색 스타킹보다 커피색 스타킹을 신는다든지, 정장인데도 어딘가 살짝 크고 치마 길이가 어색하다든지, 머리도 예쁘게 볼륨을 잡아서 묶은 게 아니라 귀찮아서 질끈 묶은 것 같은 느낌을 생각했어요."

메이크업 역시 예쁘게 보이기 위한 장치를 최대한 덜어냈다. 촬영 직전 다른 작품 때문에 그을린 피부까지 그대로 활용하면서 이선빈이라는 배우보다 맹보람이라는 인물이 먼저 보이도록 했다.

"전 작품을 제주도에서 두 달 정도 찍고 와서 피부가 많이 탄 상태였는데 분장 선생님이 오히려 좋아하셨어요. 더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쓰고, 음영이나 이목구비를 예쁘게 살리는 작업은 거의 하지 않았어요. 부으면 붓는 대로 찍었고요. 그렇게 했더니 친구들은 많이 놀렸지만 '이선빈이 아니라 맹보람이 있더라', '모르는 사람이 연기하는 것 같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듣고 싶었던 피드백이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한 것 같아서 만족했어요."

'수능, 출제의 비밀' 배우 이선빈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이선빈이 꼽은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한 문제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매년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 시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코미디로 풀어내면서 수능에 관심이 없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즐길 거리를 건넨다고 자신했다.

"매년 찾아오는 큰 이슈인 수능에서 문제 한 문제를 내기 위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노고가 들어가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게 첫 번째 매력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아서 놀랐어요. 수능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보셔도 출제위원들의 이야기만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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