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읽음
반도체 호재로 성장률 반등, 고금리에 민간소비 위축
아주경제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96%로 전월보다 0.2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5월부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2023년 11월(5.04%)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월(4.43%)과 비교하면 5개월 사이 0.53%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88%로 전월보다 0.22%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4월(4.94%) 이후 14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1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도 연 6.49%로 전월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민간소비는 뒷걸음질 쳤다. 한은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3년 9개월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다.
반면 같은 기간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로 한은의 기존 전망치(0.3%)를 웃돌았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4.1% 증가하고 수출도 2.3% 늘어난 영향이다. 기업의 투자와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가계 소비로까지 온기가 확산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한은은 3분기 민간소비 감소에 주식거래대금 축소와 자동차 업계 파업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요인을 제외하면 민간소비는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특이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소비 회복세가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문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뒤 10월에는 연 3.00%로 동결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과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하면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과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내년 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성장의 성과가 일부 계층에 집중될 경우 가계 전반의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높은 대출금리와 주가 하락에 따른 자산효과가 맞물리면 소비심리 개선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은 명목성장률에 따른 낙수효과는 분명 나타날 것이나, 아직은 확산보다 집중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상승이나 올해 하반기 주가 급락에 따른 음의 자산효과 등을 고려할 때 가계 전반의 소비심리는 그다지 개선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