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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처음 빚 부탁했는데… 말 떨어지기 무섭게 1억 보낸 뜻밖의 후배
리포테라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연예계의 인간관계는 흔히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인다는 냉정한 편견을 받곤 한다.
그러나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방송가를 지켜온 베테랑 코미디언 이경실의 인생사 앞에서는 이 같은 통념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자신이 보유한 수십억 원대 한강뷰 자택이 경매로 넘어갈 뻔했던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벼랑 끝에 선 선배를 건져 올린 것은 다름 아닌 아끼는 후배의 조건 없는 신뢰와 망설임 없는 1억 원 송금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안정적인 노후 수입을 위해 시작했던 투자가 꼬이면서 비롯되었다. 이경실은 몇 년간 방송 활동을 쉬면서 자금을 투입했으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고, 결국 2007년 매입해 오랜 세월 실거주해 온 서울 용산구 이촌동 소재 89평(전용면적 293㎡)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약 13억 3,000만 원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결국 채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하면서 자택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온 세상에 알려졌다. 가족들조차 모르게 조용히 해결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온 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말 못 할 수치심과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경매 절차를 취소시키고 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 2억여 원의 목돈이 필요했다. 가까스로 대부분의 자금을 끌어모았으나 마지막 1억 원이 모자랐다.
방송 인생 40년 동안 동료에게 한 번도 손을 벌려본 적 없던 이경실은 생애 처음으로 깊은 자괴감을 삼키며 후배 개그우먼 김지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염치없이 전액을 요구하지 못하고 그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보태줄 수 있겠느냐는 떨리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도착한 김지선의 답신은 이경실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었다.
후배는 선배의 자존심을 배려해 “언니, 여기저기서 돈 꾸지 마. 내가 그냥 1억 보낼게”라며 망설임 없이 전액을 입금했다.
한숨을 돌린 이경실은 눈물을 쏟아냈고, 1년에 걸친 치열한 상환 끝에 빚을 모두 갚은 뒤에도 그날의 고마움을 평생의 은혜로 새겼다.
놀랍게도 이 같은 구원은 과거 이경실이 동료를 위해 모든 위험을 무릅썼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동료 방송인 정선희가 남편의 갑작스러운 비보 이후 써보지도 못한 거액의 사채 빚으로 집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을 당시, 이경실은 가장 먼저 3,000만 원을 쾌척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남편과 함께 채권자를 직접 만나 5억 원으로 불어난 빚을 원금 3억 5,000만 원으로 협상했고, 동료 연예인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려 불과 하루 만에 해당 자금을 전액 모아 후배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당시 쏟아지는 비난과 악플 속에서도 외면하지 않았던 선배의 헌신이 수년의 세월을 돌아 김지선이라는 든든한 후배의 손길을 통해 고스란히 되돌아온 셈이다.
사람을 무작정 적으로 만들지 않되 결이 맞지 않는 관계는 억지로 좇지 않는다는 이경실의 인간관계 철학은, 역설적으로 ‘진짜 내 사람’에게 쏟아부은 진심이 인생의 위기에서 얼마나 단단한 안전망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정선희가 지금껏 명절마다 옥돔과 한우를 보내며 숨이 붙어 있는 한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하듯, 이경실 역시 무엇을 하든 김지선의 이름 석 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며 평생의 은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89평 아파트 경매 위기라는 뼈아픈 역경 속에서 완성된 이들의 연대는, 얄팍한 인맥보다 위기의 순간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진정한 동료애의 무게를 깊이 각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