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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 한진칼 최대주주 등극, 조원태 회장 지분 앞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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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이 한진칼 최대주주에 올랐다. 장내 매수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을 처음 앞질렀다.

호반그룹이 최근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약 20.6%를 소폭 웃도는 지분을 확보했다고 헤럴드경제가 2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지난 7월 0.42%포인트까지 좁혀졌던 양쪽의 지분 격차가 3개월여 만에 뒤집힌 것이다. 호반그룹은 2022년 사모펀드 KCGI의 한진칼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가 됐다. 그로부터 약 4년 만에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 뉴스1

호반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다. 기업결합 신고는 두 회사가 합친다는 뜻이 아니다. 경영권 인수를 승인해 달라는 절차도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다른 회사 주식을 많이 사들이면 그 사실을 공정위에 알리는 절차다. 공정위는 지분 매입으로 회사의 지배 관계가 바뀌는지, 또 시장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 따진다.

공정거래법 제11조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상장회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거나 이미 15% 이상을 보유한 상태에서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처음 최다출자자가 되는 경우 기업결합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2022년 한진칼 지분이 15%를 넘었을 때도 신고해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는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다시 신고한 것이다. 심사 기간은 원칙적으로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필요하면 90일 범위에서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한진칼은 이날 관련 보도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공시를 냈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는 시점이나 다음 달 1일까지 다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사옥 / 호반건설 홈페이지

최대주주가 바뀐다고 경영권까지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6.05%를 가진 지주회사다.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 주식을 갖고 그 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한진칼의 경영권은 여전히 조 회장 측이 쥐고 있다.

조 회장을 지지하는 우호 지분도 탄탄하다. 대한항공과 합작 사업을 하는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4.90%를 가지고 있다. LX판토스, GS리테일 등도 조 회장 측 우호 주주로 꼽힌다. 이들 지분을 모두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은 일본항공(JAL)도 최근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 호반그룹도 주식을 가진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공시한 상태다.

호반건설은 1989년 김상열 창업주가 광주에서 자본금 1억원, 직원 5명으로 세운 건설사다. 2005년 본사를 서울로 옮기면서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내놓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동탄, 판교, 광교 등 신도시 택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를 발판으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공정위 집계 기준으로 그룹 자산은 16조8818억원, 계열사는 40개다. 재계 순위는 35위다.

호반그룹은 다른 회사를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2016년 울트라건설을 인수했다. 2019년에는 경기 이천 덕평CC와 파주 서서울CC를 사들였다. 2021년에는 대한전선 지분 40%를 약 250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언론사에도 손을 뻗었다. 2019년 서울신문 지분 19.4%를 산 데 이어 2021년 지분을 48.4%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된 사례도 있다. 호반건설은 2015년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을 사겠다며 6007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에 못 미쳐 인수는 무산됐다. 2018년에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손실이 드러나자 일주일여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주식을 사들였다가 되판 사례도 적지 않다. 호반그룹은 지난해 LS 지분 약 3%를 사들였다가 모두 팔았다. 시장에서는 1000억원 안팎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본다. 한진칼 지분도 2022년 일부를 팬오션에 팔았다. 이후 2023년 팬오션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다시 사들였다.

호반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4년 넘게 수천억원을 들인 만큼 단순한 투자 이상의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계속 나온다. 호반건설은 아시아나항공을 보유했을 당시의 금호산업에 대한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다.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항공사 인수가 두 번 무산되자 통합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한진칼로 눈을 돌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세 승계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호반그룹은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 사장이 호반건설을 맡는 쪽으로 후계 구도를 정리했다. 공정위는 2023년 호반건설이 공공택지를 총수 2세 회사에 넘겨주는 등 부당 내부거래를 했다며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이를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거래로 판단했다. 호반건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이 과징금 일부를 취소했으며 대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차익을 남기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LS 때처럼 지분을 늘려 존재감을 키운 뒤 되팔 수 있다는 것이다.

KDB산업은행이 가진 한진칼 지분 10.58%도 변수로 꼽힌다.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돕는 과정에서 이 지분을 확보했다. 통합 항공사가 자리를 잡으면 산은이 이 지분을 팔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단순투자'라는 공시에도 무게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 경영에 참여하려면 먼저 목적을 바꿨다고 공시해야 한다. 반도건설은 2020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손잡고 한진칼 경영권을 노렸다. 하지만 보유 목적을 제때 바꿔 알리지 않았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 결과 지분 5%를 넘는 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경영에 관여할 뜻이 없다면서 지분을 늘리는 방식은 해외에서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프랑스 명품 기업 LVMH는 2010년 에르메스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당시 LVMH는 경영권을 가져갈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파생상품을 이용해 공시 없이 지분을 쌓은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 금융시장청(AMF)은 2013년 공시 의무를 어겼다며 LVMH에 과징금 800만유로를 부과했다. 에르메스 창업 가문은 가족 지분을 한데 묶은 회사를 세워 경영권을 지켰다. LVMH는 2014년 합의에 따라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지분을 자사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통합 대한항공은 다음 달 17일 공식 출범한다. 진에어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저비용항공사(LCC) 통합도 내년 3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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