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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 별세, 연극으로 회귀한 거목의 마지막 헌신
데일리안신구·박근형 '연극내일기금'으로 다음 세대에 무대 넘겨
배우 최불암이 2일 영면에 들었다. 발인은 이날 오전 7시 4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비공개로 엄수됐고, 여의도성당 장례미사와 초록우산 본부 작별인사를 거쳐 동화경모공원에 안장된다.
그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TV로 ‘국민 아버지’가 된 세대의 대표 배우다. 지난 2018년 25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섰으나, 그것이 생애 마지막 무대가 된 채 영면에 들었다.
같은 세대의 이순재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연극 무대를 지켰고, 신구와 박근형은 지금도 무대에 서면서 공연 수익으로 젊은 배우들을 위한 기금까지 만들었다. 연극에서 출발한 이 세대에게 무대는 출발점이자 말년을 보내는 자리가 되고 있다.

그가 다시 연극 무대에 선 것은 2018년 4월이다. 1993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각색한 ‘어느 아버지의 죽음’ 이후 25년 만에 고른 작품은 김민정 작가의 창작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최불암은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인을 연기했다. 당시 그는 나이가 들면서 대사를 자꾸 잊어버리고, 타이밍이 몇 초만 틀려도 문제가 생기는 무대에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그는 2025년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14년간 진행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으며, 재활을 이어가다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났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신구는 1969년과 1971년 동아연극상 남자 연기상 주연상을 받았다. 최불암이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해와 같다. 1959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1기로 입학한 박근형은 같은 해 학교 공연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을 맡았다. 두 배우가 함께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2023년 12월 국립극장에서 시작해 2025년 8월까지 31개 도시에서 139회 공연됐다. 신구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날에도 공연장으로 향해 무대를 지켰다.
이순재가 떠난 뒤 현역 최고령 배우가 된 신구는 올해 장진 감독이 집필 단계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쓴 ‘불란서 금고’에 출연했다. 7~8월에는 박근형과 함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베니스의 상인’에 올랐다. 박근형은 67년 전 학교 무대에서 맡았던 샤일록을 이번에는 전 회차 혼자 연기했다. 같은 시기 손숙·박정자 등 원로 배우들도 ‘반야 아재’ ‘오이디푸스’ 같은 고전 무대에 잇따라 서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후배를 향한 지원은 그 전부터 이어져 왔다. 드라마센터 시절 장학금을 받았던 신구는 1987년부터 서울예대에 ‘신구 장학금’을 두고 어려운 환경의 후배들을 지원해 왔고, 이순재는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최불암도 2012년 사단법인 제로캠프를 만들어 소년 수형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뮤지컬 무대를 수년간 이끌며 예술의 치유적 힘을 증명했다.
연극에서 출발해 TV로 이름을 알린 이 세대는 말년에 무대로 돌아와 젊은 배우들과 한 무대에 섰고, 기금과 장학금으로 길을 터줬다. 최불암을 비롯해 거목들이 하나둘 무대를 떠나는 지금, 원로들이 자신의 이름과 기부 등 헌신으로 열어 온 자리를 다음 세대가 어떻게 이어받을지가 한국 연극계가 마주한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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