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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담긴 도시의 기억, 반려묘의 일상, 국경을 넘은 우정…인천일러스트 코리아가 전하는 세 가지 이야기
투어코리아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인천일러스트코리아’는 일러스트와 캐릭터가 단순한 장식이나 소비상품을 넘어 개인의 기억과 감정, 지역의 이야기, 국가 간 문화교류를 담아내는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행사에서 만난 위니앤마오의 장예은 대표, 봉구네 상점의 이들 작가, 중국에서 참가한 린지린 작가는 서로 다른 배경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세 사람의 작업에는 일상의 경험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공통점이 있다.
사라진 도시의 풍경을 캐릭터로 기억하다…위니앤마오 장예은 대표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장예은 대표의 캐릭터 브랜드 ‘위니앤마오(WINNY & MAO)’가 선보이는 지역 이야기다.
위니앤마오의 주인공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먼저 발견하는 강아지 ‘위니’와 조용히 주변을 관찰하고 기억하는 고양이 ‘마오’다.
두 캐릭터는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위니가 새로운 풍경을 찾아 나선다면, 마오는 그 순간을 오래 마음에 간직한다.
장 대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친구의 시선을 통해 평범한 일상과 사람들의 기억을 일러스트로 표현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인천의 장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컬 시리즈’다.
2024년 작품 ‘송월동 동화마을’에는 인천의 골목 풍경이, ‘수봉놀이동산’ 시리즈에는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두 캐릭터의 모습이 등장한다.
2025년 제작한 ‘송도유원지 해변’ 시리즈에서는 위니와 마오가 바닷가에서 뛰놀며 과거 인천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이었던 송도유원지의 풍경을 되살린다.
이들 작품은 단순히 지역 명소를 귀여운 캐릭터와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소에 쌓인 사람들의 기억을 새로운 세대가 접할 수 있는 그림과 이야기로 바꾸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위니앤마오는 인천을 소재로 한 아트북 ‘우리가 사랑한 인천’을 제작했다. 지역의 풍경을 엽서와 스티커, 책갈피, 패브릭 제품 등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추억이 일러스트를 거쳐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으로 옮겨진 것이다.
이는 지역문화 콘텐츠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관광지의 외형을 재현하는 기념품에서 나아가, 그 장소에 얽힌 기억과 감정을 담은 캐릭터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니앤마오는 현재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상품 개발과 지역 콘텐츠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장소와 이야기를 기록하는 창작활동이 문화상품과 콘텐츠 사업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가족이 된 고양이의 일상이 캐릭터로…봉구네 상점 이들 작가

이들 작가는 봉구의 멍한 표정과 엉뚱한 행동, 때로는 사람처럼 보이는 몸짓을 사진과 메모로 기록해 왔다.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면서 마주하는 소소한 순간들이 하나둘 쌓였고, 그 기록은 새로운 창작의 소재가 됐다.
이 작가는 봉구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봉구가 이 물건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길쭉한 봉구 인형과 얼굴 쿠션, 가방 등이다.

이러한 창작 방식은 반려동물이 현대인의 생활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한 경험은 사진과 영상의 기록을 넘어 일러스트와 캐릭터, 생활용품의 소재로도 이어지고 있다.
봉구네 상점은 그 변화를 한 작가의 구체적인 생활 경험을 통해 보여주는 사례다.
봉구의 모습이 담긴 인형과 쿠션은 실제 반려묘를 대신하는 물건이 아니다. 작가가 봉구와 함께하면서 발견한 웃음과 애정을 다른 사람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창작물이다.
이 작가는 페어에 참가하면서 “봉구 보러 또 왔어요”라며 다시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만남을 통해 봉구네 상점이 봉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작은 동네 같은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가 상품을 구매하는 관계를 넘어 창작자와 관람객이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접점이 된 셈이다.
이 작가는 앞으로 봉구와 함께하는 일상을 계속 기록하면서 의류와 패브릭 등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으로 창작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림으로 만나다…중국 작가 린지린의 한국 방문

자신이 창작한 그림과 캐릭터를 가지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의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일 이상의 경험이다.
린지린 작가는 한국 방문이 두 번째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한국의 드라마와 뉴스,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을 접해 왔지만, 일러스트 전시회 참가를 계기로 현지 사람들과 직접 교류하며 한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과 인천을 방문하면서 도시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와 문화적 특징을 느꼈고, 앞으로는 한국의 다른 지역도 찾아가 더 다양한 모습을 알아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일러스트 시장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린지린 작가는 한국의 일러스트 시장이 활발하고, 창작자들이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존중하는 문화적 분위기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창작자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식이었다.
린지린 작가는 한국의 일러스트 행사에서 만난 창작자들이 친절하게 대해준 경험을 소개했다. 영어가 충분히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번역기를 이용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며 교류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만난 작가들과의 교류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창작자들과 맺은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 일러스트레이터와의 만남, 다른 해외 창작자들과의 소통 경험을 통해 언어가 완벽하게 통하지 않더라도 창작에 대한 관심과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교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인천일러스트코리아 일정을 마친 뒤에는 부산으로 이동해 부산일러스트레이션페어(BIF)에 참가할 계획도 전했다.
한 차례의 해외 행사 참가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지역의 창작자와 관람객을 만나면서 교류의 폭을 넓혀가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국제문화교류가 반드시 대규모 공식 행사나 기관 간 협약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작은 일러스트 부스에서 작품을 보여주고, 서로의 그림을 감상하고, 번역기를 통해 짧은 대화를 나누는 과정 역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교류의 한 방식이다.
작은 굿즈에 담긴 이야기,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콘텐츠
위니앤마오와 봉구네 상점, 린지린 작가의 창작활동은 소재도 표현 방식도 서로 다르다.
장예은 대표는 도시의 풍경과 기억을 캐릭터에 담는다.
이들 작가는 반려묘와 함께한 일상의 웃음과 애정을 생활 속 물건으로 옮긴다. 린지린 작가는 자신의 일러스트를 가지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창작자와 관람객을 만난다.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것은 그림과 굿즈에 담긴 이야기다.
엽서 한 장은 누군가에게 오래전 방문했던 장소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작은 고양이 인형은 반려동물과 함께한 일상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 낯선 나라에서 만난 캐릭터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모든 일러스트와 굿즈가 이러한 문화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창작자의 경험과 표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공감이 더해질 때 상품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 확장될 수 있다.
지역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러스트는 로컬 문화콘텐츠로,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 탄생한 캐릭터는 공감과 소통의 매개체로, 해외 페어에서 만난 작품은 국제문화교류의 접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인천일러스트코리아에서 만난 세 작가의 이야기는 캐릭터 산업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제시한다.
그림이 상품이 되는 과정뿐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애정이 그림이 되고, 그 그림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이다.
일러스트와 굿즈의 가치는 판매되는 물건의 형태에만 있지 않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누군가의 기억을 불러내고, 공감을 이끌어내며, 서로 다른 사람을 연결할 때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