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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지방소멸 막으려다 지방재정 흔들릴라… 경북도, 농어촌기본소득 확대 신중
에너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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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영양 이어 봉화까지 확대되면 도비 부담 연간 약 314억 원… 7개 군 동시 추진은 재정 여건상 사실상 불가능-

-경북도 “사업 반대 아닌 단계적 확대 방침"… 지방재정 고려 없는 일괄 시행에 신중론-

-임 의원 “6개 군 신청 기회 박탈" 강력 비판… 도는 지속 가능한 사업 추진과 재원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
▲경상북도청사 전경. 사진=정재우 기자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2027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를 둘러싸고 임미애 국회의원과 경상북도 간 입장 차이가 있어 보인다.

임 의원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도비 확보 확약서에 날인하지 않아 6개 군의 공모 참여를 가로막았다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경북도는 열악한 지방재정과 막대한 예산 부담을 고려할 때 사업을 한꺼번에 확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히 도지사의 확약서 날인 여부를 넘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복지성 사업에 지방자치단체가 어느 수준까지 재정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임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이철우 지사가 2027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신청한 경북 7개 군 가운데 6개 군의 지방비 확보 확약서에 날인하지 않았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임 의원은 이를 두고 군민의 신청 기회를 박탈한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공식 사과와 확약서 날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구제 조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북도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도가 사업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지방재정이 감당해야 할 상당한 규모의 예산 부담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청송·영양만으로도 상당한 도비 투입… 봉화 추가되면 약 314억 원 부담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농어촌기본소득이 시행되고 있는 청송군과 영양군에 투입되는 도비는 청송군의 경우 6개월 기준 약 65억 원, 영양군은 연간 약 84억 원 규모다.

여기에 2027년 봉화군까지 사업 대상에 포함될 경우 경북도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약 31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사업비가 아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대상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지급되는 성격의 사업인 만큼 시행 지역이 확대될수록 매년 반복적으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방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기존 시행 지역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신규 지역까지 동시에 확대할 경우 도비 부담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경북도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신규 신청 지역 전체에 대해 재원 확보를 확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특히 경북은 넓은 행정구역과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복지와 지역 유지에 필요한 재정 수요가 적지 않은 지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어촌기본소득 사업비까지 단기간에 대폭 늘릴 경우 다른 필수 사업의 재원 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경북도 “7개 군 동시 추진 사실상 어려워"… 인구 규모 고려한 단계적 확대

2027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신청 의사를 밝힌 경북 지역은 봉화군, 고령군, 영덕군, 성주군, 청도군, 울진군, 의성군 등 모두 7개 군이다.

경북도는 이 가운데 봉화군에 대해 지방비 확보 확약서를 발급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도 농업대전환과 관계자는 사업 추진과 관련해 예산부서와 협의를 거쳤으며, 도지사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재정 부담과 지역별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해 인구가 적은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도 관계자는 도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신청 지역 모두를 동시에 지원하는 것은 경북도의 예산 여건상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같은 입장은 농어촌기본소득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으로 해석된다.

사업의 필요성과 정책적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실제 예산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확약서부터 발급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확약서 한 장이 수백억 재정 약속"… 지방정부의 책임도 따져야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방비 확보 확약서가 갖는 실질적인 의미다.

확약서는 단순히 공모 참여를 승인하는 형식적인 서류가 아니라 사업 선정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예산을 부담하겠다는 재정적 약속과 연결된다.

따라서 도가 실제로 확보하기 어려운 예산에 대해 무조건 확약서를 발급할 경우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의 재정 분담 의무가 재정이 열악한 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 역시 한정된 재원으로 여러 시·군의 복지, 산업, 농업, 교통, 지역개발 사업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농어촌기본소득이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정책이라면 사업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을 지방정부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 역시 정책 설계 단계부터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부담 능력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임미애 의원 “도지사 권한 남용"… 경북도 재정 현실과는 시각차

임 의원은 경북도가 6개 군의 확약서에 날인하지 않은 것을 두고 도민의 기회를 빼앗은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농어촌기본소득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라는 점을 거론하며 경북도의 대응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경북도가 밝힌 예산 부담과 단계적 확대 방침을 고려하면 확약서 미발급을 곧바로 정치적 반대나 사업 자체에 대한 거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경북도는 기존 청송군과 영양군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7년 신규 대상 지역으로 봉화군을 선정해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이는 도가 농어촌기본소득의 전면적인 시행 거부보다는 재정 능력에 맞춘 점진적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경북도가 신규 신청 지역에 대한 선정 기준과 사전 협의 절차를 충분히 마련했는지, 확약서 발급 과정에서 각 군에 설명할 기회를 제공했는지 등은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재정적 한계가 분명하더라도 공모 참여를 희망한 시·군과 주민들에게 판단 기준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은 광역자치단체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 19일 최종 선정 앞두고 논란… 핵심은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농림축산식품부의 2027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11월 3일 공모를 마감했으며, 4일부터 16일까지 서류 및 발표평가가 진행된다.

평가 과정에서는 예비계획서와 증빙자료 심사를 통해 상위 27개 군을 선정하고, 이후 발표와 질의응답 등을 거쳐 예산 범위 내에서 18개 군 안팎의 최종 대상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선정 결과는 오는 19일 발표될 예정이며, 국비 예산 규모는 12개월 기준 6,847억 원, 약 76만1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중앙정부 차원의 사업 규모가 상당한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분담 문제는 향후 사업 확대 과정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경북과 같이 인구 감소 지역이 많고 지방소멸 대응 수요가 큰 광역자치단체일수록 사업 필요성은 높지만, 동시에 지원 대상 지역이 늘어날수록 지방비 부담도 커지는 구조적 어려움에 놓여 있다.

결국 농어촌기본소득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공모에 몇 개 군이 참여하느냐가 아니라, 선정 이후에도 중단 없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지방소멸 대응은 국가적 과제… 경북도에만 재정 책임 요구해서는 곤란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에 직면한 농어촌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돕고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은 사업이라도 지방정부의 재정 능력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확대될 경우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농어촌기본소득처럼 매년 반복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은 최초 시행 여부 못지않게 장기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중요하다.

경북도가 밝힌 단계적 확대 방침 역시 이러한 재정 현실을 고려한 선택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물론 신규 신청을 희망했던 6개 군의 입장에서는 공모 참여 기회가 제한된 데 따른 아쉬움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북도는 해당 시·군과의 협의를 강화하고 향후 확대 일정과 재정지원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역시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 참여 기회가 달라지는 문제를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농어촌기본소득을 시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재정을 부담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어 갈 것인가에 있다.

경북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정 부담을 안고서라도 모든 신청 지역에 확약서를 발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재정 능력에 맞춰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이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서 정치적 공방을 넘어 중앙정부와 경북도, 해당 시·군이 실현 가능한 재정 분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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