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읽음
해외 혼외자녀 친자소송 시 국내 체류, 취업 가능
투데이신문
0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한국인의 해외 혼외자녀와 그 양육자가 국내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내면 소송 기간 국내에 머물며 일할 수 있게 된다. 생부를 찾고도 비자와 생계 문제로 소송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이른바 ‘코피노’ 가정 등에 길이 열린 셈이다.

법무부는 6일 인지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외국인 혼외자녀와 양육자가 소송 기간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체류관리 기준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인지청구소송은 혼인 외 출생한 자녀가 생부 또는 생모를 상대로 법적 친자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내는 소송이다.

인지청구소송은 양육비를 받기 위한 첫 관문으로 꼽힌다. 친자관계가 법적으로 인정돼야 청구 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당사자들은 그동안 단기방문(C-3) 비자로 입국할 수밖에 없어 장기 체류가 보장되지 않았다. 체류가 가능한 경우에도 취업이 제한돼 소송 기간 생계를 꾸리기 어려웠다.

이번 개선안으로 단기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혼외자녀와 양육자도 인지청구소송 진행 사실과 한국인 부 또는 모와의 친자관계 성립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에 기타(G-1-3) 체류자격으로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체류기간은 1회 최대 6개월이며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심사받는다.

취업도 가능해진다.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 심의를 거쳐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으면 취업제한 분야를 제외한 단순노무 분야 등에서 일할 수 있다. 전문 분야(E-1~E-7) 취업은 해당 체류자격과 법령상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번 조치와 가장 밀접한 당사자로는 ‘코피노’가 꼽힌다. 코피노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다. 필리핀 현지에 4만~5만 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피노 문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어학연수·여행·사업 등으로 필리핀을 찾은 한국 남성들이 현지 여성을 임신시킨 뒤 연락을 끊고 귀국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불거졌다. 코피노를 키우는 필리핀 국적 어머니나 성인이 된 코피노 당사자가 양육비 등을 받으려면 친자관계부터 인정받아야 하지만 소송은 한국 법원에서만 가능한 데다 비자와 취업 문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한국인들의 국외 혼외자녀 및 그 양육자들이 한국 법원에 인지청구소송을 내면 그들의 단기비자를 장기비자로 전환해 체류를 보장해 주고 취업도 절차를 거쳐 허용하기로 정책을 바꿨다”며 “반쪽 조국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현장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옛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피노 자녀의 어머니들은 법원이 직접 출석을 요구해도 비자 발급과 항공료, 체류비 부담 때문에 한국에 오기 어려웠다”며 “반복 입국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고 국내에서 일해 체류비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책 발표 이후 일각에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이번 정책은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취업을 허용하는 것이지, 국가가 일자리를 알선하거나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를 세금 낭비라고 비판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