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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노을 기행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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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파랗던 하늘이 붉어졌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한결 아름다워지는 시간.
여주 여행에 낭만을 더할
노을 맛집을 소개한다.

해발 230m 위 노을, 파사성

E는 여주까지 와서 아웃렛부터 가야겠느냐며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 내가 오면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왠만하면 간편한 복장으로 오라는 말과 함께.
헐렁한 티셔츠에 쭉쭉 늘어나는 트레이닝 복, 약간 닳은 운동화. E는 복장을 대충 훑어보더니 흡족해하며 파사성에 갈 거라고 했다. 파사성은 해발 약 230m의 파사산에 위치한 성곽이다. 무려 신라 제5대 파사왕 시절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록이 있다.
E는 이제부터 30분 정도 ‘미니 등산’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거라고 했는데, 그건 정확한 표현이었다. 성곽이 정상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아래에서 성곽까지 올라가는 길은 여느 산길과 다를 바 없었다. 성곽까지 오르는 길은 1km가 채 되지 않았지만 중간부터 엄청난 급경사를 나타냈다. 자연스럽게 허리가 굽었다. 고작 30여분이면 오를 수 있는 거리. 그럼에도 조금 숨이 찼다. 짧고 강렬한 오르막길이었다.
어느새 성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곽은 넓고, 평평했고, 완만했다. 그 시절, 저리 큰 돌을 어쩜 이렇게 안정적으로 쌓았을지 놀랍기만 했다. 그것도 산 정상에 말이다. 파사성은 파사산의 능선을 따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 길을 따라 10여 분을 걸었을까. 앞서 가던 E를 따라 뒤를 돌았다. 지금까지 오른 성곽길 아래로 굽이굽이 남한강이 흐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충분히, 기꺼이 오를만한 보상이다. 이처럼 파사성은 강의 상하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외적의 침략을 감시하기 아주 적절한 입지를 자랑했다고 한다.
정상에는 아담한 벤치가 몇 개 있다. 평일이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여기에 앉아 한동안 맘껏, 양껏 빛을 쬐었다. ‘미니 등산’도 등산이라며 E가 야무지게 챙겨온 사과 한 알을 사이 좋게 나눠먹으며. 다음에는 아침 일찍 와서 김밥을 먹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맑고 파란 하늘이 어느새 붉게 물들더니 해는 금새 산 너머로 꼴까닥 넘어갔다. 막걸리 한 병 비우러 가기 딱 좋은 시간이 됐다.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과 여유를 좋아한다. 기도 올리는 법도 잘 모르면서, 가끔 정말 무언가 간절할 때 쑥스럽게 초를 켜고 두 손 모아 소원을 전하고 온다. 지방에 가게 되면 그 지역에서 잘 알려진 사찰에 일부러 찾아가보기도 한다. 그러니 여주에서 신륵사를 찾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곳이든 경치가 빼어난 곳에는 사찰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신륵사도 그렇다. 뒤로는 울창한 숲이, 앞으로는 남한강이 유유히 흐른다. 신륵사처럼 이토록 강변 가까이에 위치한 절을 보지 못했다. 강 건너 오른쪽로는 황포돛배 선착장과 썬밸리 호텔이, 왼쪽으로는 쭉 뻗은 여주대교가 보인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내달리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대개 그동안 알고 있던 사찰은 깊은 산속에 있지 않았던가. 자연 경관이 아름다우면서도 접근성이 이렇게나 좋다.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시절 원효대사가 7일 동안 기도를 올려 9마리 용이 연못에서 나와 승천한 후 창건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기록은 없다. 다만 예부터 신륵사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한 기록은 여럿이다. 조선후기 문익 김병익은 <신륵사중수기>에서 “신륵사는 높고 서늘한 것이 겸하여 있으니 그 경치가 절승한 지경과 같다”고 표현했다.
여주의 아름다운 경치 여덟 가지를 일컫는 여주팔경에서도 가장 먼저 ‘신륵사에서 울리는 저녁 종소리’를 꼽는다. 왜 하필 저녁 종소리일까? 그건 바로 노을이 들며 운치를 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여주를 좀 아는 사람들은 신륵사를 ‘노을 맛집’이라고도 말한다. 탁 트인 남한강에 내려앉은 붉은 노을, 그리고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풍경 소리. 신비스러운 신륵사 분위기에 취해 불자가 아니면서도 극락보전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았다.

여주박물관

신륵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여주박물관이 있다. 여주 지역의 역사와 유물 등을 조사하고 수집, 발굴해 기록하는 곳이다.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며 너른 잔디와 남한강을 파노라믹 뷰로 볼 수 있다.
주소: 경기 여주시 신륵사길 6-12
운영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
문의: 031-887-3583
홈페이지: www.yeoju.go.kr/main/museum
여주IC와 가까운 곳에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EAST가 위치해 있다. 270여개 브랜드를 상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센터 안에는 각종 레스토랑과 푸드코트, 커피숍 등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주소: 경기 여주시 명품로 360
운영시간: 연중무휴(요일별로 상이)
문의: 1644-4001
홈페이지: www.premiumoutlets.co.kr/yeoju
오리불고기와 훈제구이를 선보인다. 직접 만든 김치, 각종 나물 등 밑반찬이 한상 가득 올라 집밥 같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차량으로 신륵사에서 약 5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EAST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단체 손님을 위한 별채도 마련돼 있다.
주소: 경기 여주시 명성로 415
운영시간: 매일 11:30-21:00(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 휴일)
문의: 031-886-9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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