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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붕붕이와의 이별
저는 천성적으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합니다

결혼하면서 산 장롱은 여지껏 잘 쓰고
이 집에서 27년 째 살고 있으며
에어컨은 울 아들 낳고 샀으니 24년~
TV는 2002년 월드컵 보려고 개비를 했었고...
'쓸 수 있을 때까지~'신념으로 살아갑니다

저의 두 번째 붕붕이 쏘렌토도
2004년 5월생이니
성년식을 하고도 남을 나이지요

질주본능 주인 성미에 맞춰 고속주행 잘 해 주었고
큰 사고없이 35만km를 달려주었던
성능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아이였었지만
세월이 변하면서
자동차 오래타기가 절대미덕이 아닌 친환경시대에
노후경유차는
비상저감조치발령시 운행제한에 민폐덩어리~
그래서
정든 붕붕이와 이별을 준비했지요
다행히도 조기폐차지원금이 남아 있어 지원 받고
폐차도 직접 하러 갔지요

드디어 폐차하러 가는 날, 7월 11일~
하늘도 이별을 아는지
아침부터 비는 부슬부슬
네비양 안내를 받아 찾아간 차들의 공동묘지
을씨년스러운 그 곳에 붕붕일 델다 놓고 돌아서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디다ㅜㅜ
빗물인가? 눈물인가?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열심히 마지막 모습을 담아 봤습니다

붕붕이가 남겨 준 유산 내역입니다
조기폐차 지원금(135만원)
신차 구입시 지원금(50만원)
쏘렌토 고철값(7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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